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작사·작곡한 교가들이 여전히 경기도 내 많은 학교를 상징하고 있다.
한 차례 문제제기가 되면서 수년 전 도내 일부 학교가 교가 교체에 나섰지만 논란이 잠잠해진 이후에는 교가를 교체하는 학교도 급감, 친일 잔재 청산에 대한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중부일보가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도내 학교 교가를 확인한 결과, 아카이브에 등재된 72개 초·중·고등학교 중 56개교(교가가 확인되지 않는 7개교 제외)가 여전히 친일 인사와 관련된 교가를 사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용인 소재 A학교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이흥렬이 작곡한 교가를, 평택 B학교는 김동진이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에 나선 바 있다. 2022년까지 진행된 교가 교체 시도 시기에서 공도중학교, 삼일고등학교, 적성융합고등학교(당시 경기세무고등학교) 등 8개 학교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다른 교가로 대체했다.
삼일고등학교 관계자는 “(이전 교가가 친일 잔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학교라는 교육의 장에 친일 잔재를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당시 여론이 모여 교가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교가를 교체하는 학교가 급격히 줄었다. 2023년에는 없었고, 2024년에도 화성 월문초등학교가 새롭게 교가를 바꾼 게 전부였다.
교가를 변경하지 않은 학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가를 바꾸려면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야 하는데, 관심도가 낮아 여론을 조성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일부 학교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교가를 바꾸는 만큼 동문들이 반대하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도교육청은 담당 부서가 계속 바뀌며 해당 업무의 동력이 약해졌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친일 잔재 청산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관련 예산이 대폭 늘었다”며 “친일 잔재가 남아 있는 학교 현황을 파악하는 등 다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성공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눈에 보이는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면서도 “3·1운동 100주년, 광복 80주년 등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상시적으로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관 기자
<2025-10-12>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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