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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여성 독립운동가 허은 선생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영역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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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여성 독립운동가 허은 선생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영역본 출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부이자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독립운동가 허은 여사의 구술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 소리가』 영역본이 나왔다. 1995년 광복 50년이 되던 해, 변창애 선생이 사촌 손위 시누이인 허은 여사의 구술을 받아 처음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 소리가』를 펴낸 이래, 경술국치 100년이던 2010년에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개정판을 내 무려 7쇄에 이르는 호응을 받았다. 이 책이 애독서가 된 까닭은 독립운동 명가의 역경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감동적인 서사가 전편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망명 독립운동가들의 간난신고, 특히 여성들의 애환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회고록은 온전한 독립운동사 복원에 있어 결정적인 자료라 할 수 있다.

광복 80년을 맞은 올해 민족문제연구소의 개정판을 저본으로 영역본이 나왔다. 역자는 놀랍게도 용인외대부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원 학생이다. 이재원 군은 허은 여사의 고종사촌인 이육사 선생의 증손으로 독립운동 명문가의 후손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지니고 성장해 왔다. 평소부터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있었으나,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왜곡을 목도하면서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안 어른이신 허은 여사의 회고록 번역에 착수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치열하고 끈질겼던 우리 독립운동을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영역본의 감수를 맡은 닐 D. 윌리엄스 전 경희대학교 교수는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는 흥미로우면서도 슬픈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세계인이 한국의 독립운동을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책은 미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역자 서문〉

나는 어릴 때부터 집안 어른들께 가문과 이름이 가지는 무게에 관해 들으며 자랐다. 내 증조할아버지, 이육사 시인의 이름은 늘 단순히 조상이 아니라 근현대사에 깊게 새겨진 경건한 의미를 갖고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도 비록 자랑스러운 증조할아버지였지만 아직 멀게만 느껴졌었다. 의미는 잘 알았으나, 그 진정한 무게를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를 번역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내 안에서 그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현대사를 둘러싼 최근의 사건들에 대한 나름의 의무감에서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집안과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시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증조할아버지께서 ‘계절의 오행’에서 말씀하신 ‘무서운 규모’를 나도 비로소 느끼게 된 것이다.
이육사 시인의 외사촌, 허은 여사의 회고록은 척박한 만주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한 가족의 치열한 생사고락에 관한 것이다. 혹독했던 민족의 수난의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국치의 시대에 빛난 굳건한 저항과 의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록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동시에 국가적인 기록이기도 한 것이다. 허은 여사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허은 여사의 가족들이 타지에서 살아남고자 안간힘을 다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초석이 되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통치의 불의 속에서도 올곧게 선, 고난의 역경 속에서도 명예를 위해 산, 그리고 억압 속에서도 꿋꿋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간 분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대를 이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증표다. 이 책을 번역하며 격동의 근현대사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후손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격동의 시대 속에 선조들이 이국 땅에서 겪은 고난과 그 속에서 길어 올린 가치에 대해 읽고 배우는 것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허은 여사의 한이 담긴 이 회고록을 읽을수록, 미래와 정의를 향해 새 도약을 준비하는 21세기에 살며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선열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 지혜와 고귀한 뜻은 비단 한국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을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런 숭고한 목소리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게 더없는 영광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으며, 외국 독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펼쳐 보이고자 한다. 번역이 완벽하진 않을 수 있지만, 그 깊은 울림이 변치 않고 전달되기를 바란다. 또한 독자들에게 역사란 단순히 책에 적힌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를 바란다.
이 귀중한 역사의 한 장을 번역하게끔 허락해주신 허은 여사의 후손들과 민족문제연구소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작업이 가능하도록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보학자이신 내 외할아버지, 유일곤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광복 80주년과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상해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 취임 100주년을 기념하며,

2025년 7월,
이재원


〈개정판을 펴내며〉

이 책을 구술한 허은 여사는 1915년 여덟 살 어린 나이에, 만주로 망명한 허씨 일문을 따라 서간도 영안현으로 이주했다. 열다섯 살이던 1922년 고성이씨 집안으로 출가하여 1932년 시조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서거로 귀국할 때까지, 석주 선생과 시아버지 동구 이준형 선생, 남편 이병화를 뒷바라지하며 만주독립운동의 현장을 몸소 체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책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생생한 회고담을 남겼으니 1996년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라는 제목으로 초간되었다.
이 책에는 매년 8월 29일 국치일에 학교 운동장에 모여 망국을 주제로 한 연극을 보고 국치일 노래를 목 놓아 불렀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열여섯 나이에 영안현 철령허에서 화전현 완령허까지 아버지와 시아버지를 모시고 남편과 함께 이천팔백 리를 꼬박 열이틀 걸려 시댁에 도착한 일, 이청천 신숙 황학수 이범석 등 당대의 지사들이 참석한 서로군정서 회의에 대한 목격담, 석주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사임하고 상해에서 돌아올 때 변복·변장하여 왜경의 감시망을 뚫고 무사히 도착한 일화, 석주 선생 서거 후 귀향길에 중국군 패잔병들에게 갖은 곤욕을 치른 끝에 선생의 유해를 화전현에 가매장하고 밤길을 타고 어렵게 귀환한 비사 등 독립운동 명가의 역경을 짐작하게 해주는 눈물겨운 증언들이 낱낱이 담겨있다.
1932년 허은 여사는 ‘고택제향(古宅祭香)에 호화반석(豪華磐石)’ 같은 고성 이씨 가문의 종부(宗婦)로서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다가 안동 임청각으로 귀향했지만, 거만(巨萬)의 가산은 독립운동에 이미 소진한 뒤라 시부모 봉양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빈한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1945년 그토록 염원했던 해방은 이루어졌으나 조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었으며 독립운동세력은 어처구니없게도 탄압과 홀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편마저 유명을 달리하자 가세는 더욱 기울어져 갔다. 그러나 허은 여사는 고립무원의 지난한 처지에서도 좌절을 딛고 일어서 7남매를 올곧게 키우는 데 힘썼다.
그러던 중 1962년 석주 선생께 건국훈장 독립장이, 1990년 시아버지께 건국훈장 애국장 남편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고, 아울러 같은 해 일가인 이승화 이봉희 이상동 이광민 이운형 이형국 선생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훈장이 추서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 명문으로 공인되었지만 안살림을 전적으로 책임졌던 허은 여사는 서훈의 영예도 사적에 기록되는 영광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지나온 구십 평생 되돌아봐도 여한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연명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고달픈 발자국이었긴 하나 큰일하신 어른들 생각하면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라며 겸손해했다.

2008년 초 허은 여사의 다섯째 아들인 이항증 선생이 고인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개정판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내면 어떻겠냐는 의향을 비쳤다. 이항증 선생은 연구소 2대 이사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고 조문기 선생과 교분이 깊었고, 1999년부터 회원으로 가입하여 연구소 활동을 적극 지지·성원해 온 인연도 있다. 연구소는 보기 드문 독립운동 증언록인 이 책을 재출간하기로 결정하였으며, 기록자인 변창애 선생도 흔쾌히 동의하여 출판계약이 이루어졌다. 진작 작업을 끝내야 했으나, 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제작이 미루어지다가 이제야 개정판을 내놓게 되었다.
허은 여사의 구술체를 가능한 한 살리는 것을 편집원칙으로 정하고, 지명과 인명 등 문헌자료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잘못된 부분만을 바로잡았으며 의미 전달이 불명확한 곳은 현대어법에 맞게 약간 손질했다. 초간본에 실린 사진화보와 추가로 발굴된 관련자료를 본문 안으로 배치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간단한 이력을 편집자 주로 처리했다. 또 이항증 선생이 쓴 「나라사랑을 실천한 충절의 현장 임청각」을 부록으로 편성했다.

올해는 경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고난과 극복으로 점철된 우리 근현대사를 되새겨보게 하는 시점에 뜻깊은 책을 간행하게 되어 연구소로서도 보람이 크다. 이 책이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등 사회 일각에서 자행되고 있는 역사왜곡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년 1월
편 집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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