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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호국성지’ 진주성 안에 아직도 친일파 비석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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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정태석, 정봉욱, 정표환, 정상진 등 비석 옮기든지 친일행적 안내해야”

▲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앞쪽 3.1독립운동기념비 아래 쪽에 있는 ‘정표환(鄭杓煥) 시혜불망비’ ⓒ 심인경

임진왜란 때 7만 민관군이 처절하게 싸웠던 진주성에 나라 잃은 시기에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 앞잡이 노릇을 했던 친일파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있어 광복 80년을 보내면서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지회장 심인경)는 20일 낸 자료를 통해 “호국성지 진주성에는 여전히 친일 잔재가 버젓이 남아 있다”라며 “진주시는 진주의 호국정신보다 매국노 후손들의 항의가 더 무서운가”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가 지적한 비석은 ‘진주성 비석군’에 있는 것들을 말한다. 1970년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여기저기 있던 비석을 진주성 안에 모아 둔 것이다.

심인경 지회장은 “안내판에 보면 연고자가 없는 비석들이라고 되어 있다”라며 “그런데 왜 하필 진주성 안에 친일파 비석들을 두어야 하느냐.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비석을 보면 마치 나라와 민족을 위해 훌륭한 일을 했던 인물로 여긴다.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게 맞고,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비석 앞에 친일 행적을 담은 설명판이라고 세워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성 비석군 내 친일파는 여러 명으로, 정태석, 정봉욱, 정표환, 정상진 등이다.

정태석(鄭泰奭 진사)은 지주로, 1937년 중일전쟁 발발 후 비행기 ‘진주호’ 헌납에 당시 진주 최고액 1만188원을 기부했고 1938년 진주 유지들의 모임인 ‘연재계’ 회장으로 300원의 국방성금을 헌납했다. 또 1938년 <조선시보>에 ‘전승신년’ 시국광고를 게재하고 1935년과 1938년에 조선총독부로부터 상장을 하사받았다.

정봉욱(鄭奉郁)은 1918~1930년 내동면장을 지냈고 1921년 <매일신보> 주최로 일본 시찰을 다녀왔으며 1933년 ‘기원절’에 일장기 게양을 독려했다. 또 1940년 ‘동아의 건설에 유도(儒道)정신을 발휘’라는 경남유도연합회 결성식에 진양군 대표로 참가했다.

단체는 비석군에 일제강점기 면장과 구장을 지낸 인물들의 공적비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진주지회는 “일제강점기 면장과 구장들은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다양한 조선약탈정책(공출, 징용, 위안부 등)의 실무를 행정 일선에서 직접 시행하거나 협력한 자들이다”라며 “진주성 내 비석군에는 김종백(金鍾百) 면장, 정승주(鄭承周) 면장, 이종렬(李宗烈) 평거구장 등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 앞쪽 3.1독립운동기념비 아래 쪽에 있는 ‘정표환(鄭杓煥) 시혜불망비’도 문제다. 정표환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1914년 12월 조선총독부로부터 목배(木杯)와 밭 130평을 하사받았고, 1937년 중일전쟁 발발 후에는 비행기 ‘진주호’ 헌납에 5000원을 기부했으며 1939년 1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황군의 무운을 바라는’ 시국광고를 게재했다.

정상진(鄭相珍, 일본명 烏川相珍, 1878~1950)은 1878년 진주에서 태어났고 아명은 정우용(鄭佑鎔)이다. 그는 1940년 당시 진주에서 10만 원을 보유한 자산가이자 500석 이상의 소작료를 징수하는 대지주였고 합병 이전부터 진주지역에서 미곡무역·해산물업·양조업 등을 경영했다.

그는 1937년부터 사천 삼천포양조(三千浦釀造) 주식회사의 취체역을 지냈고 같은 해 8월 애국비행기 ‘진주호’ 헌납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진주호’ 구입비 5000원을 헌납했다. 또 1938년 3월 익사한 셋째 아들의 저금을 국방헌금으로 헌납했고, 어진영봉안전(御眞影奉安殿)의 공사비로 진주고등보통학교에 5000원을 기부했다.

정상진은 1941년 8월 국민총력 진주부연맹의 국채소화위원회(國債消化委員會) 위원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경남 지주봉공회가 설립되자 입회해 보통위원에 선출되었다. 이후 봉공회 설립 당일 결의한 군용기 1대 헌납금 3000원을 군인원호회 진주분회에 헌납했다. 같은 달 조선임전보국단의 경상남도지역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1945년 12월 미군정청 경상남도고문회의 진주부 고문에 선임된 그의 친일 행적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진주성내 친일인사 관련 비석을 조속히 정리하라”라며 “친일인사 비석을 정리하기 전까지 관련한 안내문을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크기로 제작하라”라고 촉구했다.

윤성효 기자

<2025-08-20>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호국성지’ 진주성 안에 아직도 친일파 비석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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