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리와 민족문제연구소 합작… 서른일곱 곡 담았다
광복 80주년이 되는 올해,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뜻깊은 음반 하나가 제작되었다. 1945년 가을부터 1949년 연말까지 해방 직후 분위기를 담아 만들어진 노래들 중, SP음반으로 발매된 스무 곡과 악보로 남아 있는 열일곱 곡을 한데 모은 CD <해방의 노래>다.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와 민족문제연구소가 힘을 모은 두 번째 작품으로, 두 단체는 지난 2017년에 해방 전 군국가요 모음집도 함께 제작한 바 있다.
<해방의 노래>는 CD 한 장과 USB 한 개로 구성되었으며, SP음반을 복각한 곡들은 CD와 USB에 모두 수록되었고, 악보를 바탕으로 재연한 곡들은 USB에만 수록되었다. 재연 작업은 악보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악 파일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원래 악보의 기록 범위를 넘지 않도록 추가 편곡은 하지 않았다.

선정된 서른일곱 곡에는 모두 해방 직후의 다양한 정경이 담겨 있고, 부분적으로는 해방과 함께 닥친 분단의 흔적도 있다. 노래를 만든 작사가나 작곡가, 녹음에 참여한 가수나 연주가로 <해방의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 쉰여섯 명 가운데 월북이나 납북으로 규정되어 오랫동안 금기 대상이 되었던 인물이 최소한 열여섯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역사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또 쉰여섯 명 중 열네 명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물이기도 하며, 등재는 되지 않았더라도 군국가요 같은 친일적 작품 활동이 확인되는 경우는 거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해방이 음반 표제이긴 하나, 해방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 식민지, 분단과 전쟁까지 아울러 품고 있는 다양한 노래들을 실증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해방의 노래>가 갖는 역사적 의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작년부터 작업이 시작된 <해방의 노래> 음반 제작은 많은 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완성될 수 있었다. 유정천리와 민족문제연구소는 물론, 관련 연구자와 자료 소장가들의 기여 또한 적지 않았다. 유정천리 회원 제공 자료 외에 SP음반 전문가인 김문성, 석지훈, 이경 씨 등의 자료가 더해졌고, 악보를 확인하는 데에도 김수현, 이영미씨 등의 도움이 있었다.
SP음반 복각 스무 곡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46년 8월 일본에서 발매된 김순남의 해방가요 네 편이다. 김순남의 작품이 당대에 음반으로 만들어진 경우는 이 네 곡밖에 없는데, 유정천리 이동순 전임 회장의 소장 자료로 수록이 됐다. 김순남 SP음반을 제작한 리베라레코드는 재일한국인이 설립, 운영한 음반회사이며, 리베라레코드의 첫 음반 수록 곡이자 해방 후 첫 번째 한국어 대중가요이기도 한 신민요 <청춘이로다> 또한 <해방의 노래> CD에 수록되었다.

해방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징용 피해자의 심정을 담은 <고향 만리>처럼 익숙한 곡은 물론, <돌아가자 내 고향>이나 <망명 사십 년> 등 오랫동안 거의 묻혀 있었던 곡들도 이번 복각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또, 같은 곡이지만 제목과 편곡이 다른 <울어라 은방울>과 <해방된 역마차>, 역시 같은 곡이지만 녹음 가수가 신세영과 이인권으로 다른 두 가지 <귀국선> 등,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비교 감상도 <해방의 노래> 복각의 흥미로운 성과다.
악보 재연은 반주까지 남아 있는 경우로 한정해 수록 대상을 선정했고, 원래 연주곡으로 만들어져 가사가 없는 <자유조선 행진곡> 외에는 해설서에 가사를 모두 실었다. 가장 많은 악보의 출처는 대중문화 연구가 이영미씨가 사본으로 제공한 <해방 기념 애국가집>이고, 김순남 작곡 해방가요인 <자유의 노래>와 <농민의 노래> 악보는 민족문화유산연구소 김수현 소장이 스승인 고 노동은 교수의 수집 자료를 제공한 덕에 확보되었다.

<귀국선>의 작곡자이자 <번지 없는 주막>, <단장의 미아리고개>로도 유명한 대중가요 작곡가 이재호의 해방가요는 악보 재연 곡들 중 특히 이채를 띠는데, 가족이 기증한 1948년 간행 작곡집을 바탕으로 <부서진 제국주의>, <무궁화 행진곡> 등 네 곡이 재연되었다. 좌우 이념은 물론, 대중음악과 작가음악의 경계까지 허물었던 해방 직후 감격과 열정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번 <해방의 노래> CD와 USB에 많은 곡들이 수록되기는 했지만, 당시 만들어졌던 해방 관련 노래들은 물론 그보다 훨씬 많다. 때문에 제작 후 남는 아쉬움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음반 소장처까지는 확인을 했지만 녹음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악보가 너무 소략해 어쩔 수 없이 재연 대상에서 제외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복각과 재연은 그런 점에서 관련 작업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공동 제작에 참여한 유정천리에서는 오는 8월 22일 금요일 오후 5시에 <해방의 노래> 공개 감상회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세미나실 2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좌석은 20석 한정), 미리 신청할 경우 음반을 현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해방의 노래> 내용과 구입에 관한 문의는 민족문제연구소(minjok@minjok.or.kr)와 유정천리(songcing@naver.com) 양쪽에서 모두 가능하다.
이준희 기자
<2025-08-1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광복 80주년 기념 음반 ‘해방의 노래’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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