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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5년 위안부 졸속 합의 때와 똑같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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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피해자 단체와 협의도 없었는데
‘300억 대위변제’ 해법까지 나와…
일 전범기업 국내 자산 매각 땐
한-일 관계 파탄 날 거란 건 협박”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배상은 사죄의 증거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본 전범기업 국내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한-일 관계가 파탄날 것이란 건 일본 쪽의 일방적 협박이다. 이를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끌려가선 안된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활동에 주력해 온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4일 출범하는 민관협의체와 관련해 “피해자 단체와 사전 협의도 정보 제공도 없었는데, 일본 쪽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300억원 대위변제(한국 쪽이 기금을 조성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추후 일본 쪽에 청구하는 방식)’이란 해법까지 나오고 있다. 2015년 졸속으로 추진된 한-일 ‘위안부’ 합의 때와 똑같은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위변제는 한국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추후 일본 쪽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실제 외교부는 피해자 단체 쪽에 첫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는 점이 공개됐음에도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협의체 출범 사실조차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인 일본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앞두고 왜 우리 정부가 더 다급해하고, 더 좌불안석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지난 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그와 직결된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의 ‘세계사적 의미’를 잊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선 국가(주권) 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배상 의무를 인정한 1심 법원의 판결(2016가합505092)이 나오는 등 후속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판결은 브라질 대법원이 지난해 9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희생된 이들의 유족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릴 때 주요 판례로 인용되기도 했다.

김 실장은 “해법은 결국 원칙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 규정하고, 전범기업과 피해자 간 접촉조차 차단해왔다. 그는 “일본 정부는 교전 상대국이었던 중국에 대해선 전범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을 통한 배상을 용인했지만, 식민지였던 한국에 대해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란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안보를 명분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했던 정부가 또다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세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한다면, 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모욕”이라며 “배상은 사죄의 증거일 때만 의미가 있으며, 일본 쪽의 상응 조치없이 졸속으로 봉합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2022-07-03> 한겨레

☞기사원문: “2015년 위안부 졸속 합의 때와 똑같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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