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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신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에 소멸시효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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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일제 강제동원 사건 관련 법적 쟁점 토론회 개최
소멸시효 배제-진정 소급효 규정 신설 필요성 등 주장

△ 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일제피해자 강제동원 사건 관련 최근 법적 쟁점 토론회’에서 김제완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관련해서는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8일 ‘일제 피해자 강제동원 사건 관련 최근 법적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제완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 ‘과거사 사건에서 판례변경에 의한 권리행사 가능성과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홍관표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강제동원 사건의 재판청구권 문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파기환송과 재상고심을 거쳐 6년 5개월 만인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마침내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기준 시점을 2012년으로 볼지, 아니면 2018년으로 볼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판결(2017가단5076593)은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2012년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해야 한다”며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018년 12월 선고된 광주고법 판결(2017나13822)은 2018년을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피해자 측에 승소판결을 했다.

이날 김 교수는 “이른바 전환기(transitional justice) 사건에 관한 사법문제는 그 사회가 법 절차에 의하여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사회인지 보여주는 척도”라며 “전환기의 사법 사건 중에는 이번 사례처럼 외국 정부가 관여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구제를 어렵게 하는 현실적인 장애는 소멸시효 문제”라며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재 하급심에 계속 중인 사건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둘러싸고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이 특이한 상황으로 문제화된 것은 근본적으로 대법원에서 재상고의 선고를 지나치게 지연하였다는 데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소할 것이 기대되는 ‘상당한 기간’도 불확정 개념으로, 이에 대해 6개월이라는 제한을 설정하는 제안을 한 것은 방론으로 시작된 논리이며, 합리적 법제로서의 보편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이와 같은 법리에 대해 진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사 사건에서는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소멸시효기간을 ’3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독일 민법을 예로 들며 “소멸시효를 대폭 단축하는 게 세계적 동향”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계약 관계는 소멸시효를 단축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법행위의 경우에 이러한 계약법상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며 “독일 민법은 소멸시효를 줄이는 대신 소멸시효 기산점을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로 합리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8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일제피해자 강제동원 사건 관련 최근 법적 쟁점 토론회’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상 시효 배제 규정 신설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사건을 대리했던 임재성(변시 4회) 변호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수행하던 변호사 사이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4년이 지나도록 확정되지 않자 판결이 변경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판결이 지연되자)많은 변호사가 시효 규정을 배제하는 내용으로 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여러 갈래에서 입법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국회에서는 더 많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될 것이라는 데 부담을 느낀 것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강제노동 피해자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을 시효정지에 준하는 기간보다 긴 3년으로 주장하는 방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사건에서 강제노동 피해자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을 소멸시효기간과 동일하게 10년으로 주장하는 방안 △헌법재판소에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대해 한정위헌을 구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다.

이종엽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미 2012년 판결 선고 이후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까지 6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했는데 고령의 피해자들이 긴 소송과정에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법리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를 통해 하루빨리 관련 사건 판결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hello@koreanbar.or.kr

<2022-06-09> 법조신문

☞기사원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에 소멸시효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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