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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타들만 모아둔 자축행사? 작품성 높여 대중까지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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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창작 뮤지컬의 진화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 하우팜즈 제공

과거엔 부대 내 상연에 한정·선전용 작품으로 치부
유명 연출자·음악감독 등 참여 대중 눈높이 맞춰

공연계에 통용되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뮤지컬 캐스팅의 최강자는? 정답은 ‘국방부’다. 한 작품에 오르는 출연자 상당수를 정상급 아이돌 가수와 배우로 채울 수 있어서다. 국방부가 정책 홍보 등을 위해 제작에 나서는 일명 ‘군 창작 뮤지컬’에 군 복무 중인 병사들 중 유명 연예인들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캐스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군 창작 뮤지컬인 셈이다.

지난달 개막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메이사의 노래>만 해도 인피니트 엘, 엑소 찬열, B.A.P 출신 정대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앙코르 공연을 했던 뮤지컬 <귀환>에는 엑소 시우민, 디오, 샤이니 온유, 2AM 조권, 빅스 엔, 인피니트의 성규와 성열, 워너원 윤지성, FT아일랜드 이홍기 등이 출연했다. 이런 라인업이라면 연말 음악 프로그램 시상식 무대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관객 입장에선 ‘군 창작 뮤지컬’이라는 용어 자체가 어색할 법도 하다. 보통 이런 작품이라면 군부대 내 상연에 한정되거나 반공, 애국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파간다적 작품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 창작 뮤지컬은 엄연히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며, 최근작 <메이사의 노래>까지 포함해 모두 6편이 나왔다.

최초 작품은 2008년 발표된 이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중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당시 복무 중이던 가수 강타와 배우 양동근이 출연했다. 현대무용과 비보잉 등을 결합해 상업공연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으나 이때만 해도 국방부의 자축행사 수준에 머물렀다. 2010년 나온 <생명의 항해>는 국방부와 한국뮤지컬협회가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으로 공동제작했다. 배우 이준기와 주지훈, 뮤지컬 배우 김다현의 출연으로 큰 화제가 됐으나, 역시 ‘선전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일정 수준의 볼거리를 제공한 작품은 2013년 개막한 였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기념작이었던 이 작품은 공연계의 베테랑 연기자와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뮤지컬계의 정상급 스타인 배우 김무열을 비롯해 배우 지현우, 슈퍼주니어 이특, 에이트 이현, 초신성 윤학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야기의 흐름 전개나 연출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긴 했으나 화려한 군무와 웅장한 무대는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쇼노트 제공

상업공연으로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은 2018년 초연됐던 <신흥무관학교>다.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제작에 참여했다. 항일독립운동 기지인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청춘들의 삶을 담았다. 특히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했던 것도 호평받은 요인 중 하나다. 뇌리에 남는 화려한 군무, 중독성 넘치는 넘버에서도 경쟁력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며 그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여러 부문에 두루 후보에 올랐다.

초연에는 배우 지창욱, 강하늘, 인피니트 성규가 출연했으며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서는 기존 캐스트에 더해 2AM 조권, 샤이니 온유, 뮤지컬 배우 고은성, 이재균 등이 추가로 입대하면서 공연에 합류했다. 이 작품을 통해 조권은 뮤지컬 배우로 재발견되기도 했다. 대중가수로서의 창법이 뮤지컬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같은 편견을 보란 듯이 깼다. 이후 조권은 뮤지컬 <제이미>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등 뮤지컬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쌓아가는 중이다.

뮤지컬 귀환. 인사이트 제공

2019년 초연된 <귀환> 역시 관객들의 호응으로 이듬해 앙코르 공연됐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작품으로, 전사자 유해 발굴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서사를 이어간다. K팝 아이돌이 대거 등장하는 화려한 캐스팅 덕분에 일명 ‘피케팅’(피 튀는 치열한 티케팅)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 작품은 해외 한류 팬들에게도 군대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공연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했는데, 온라인을 통해 관람한 관객이 250만명에 이른다.

<메이사의 노래>는 가상의 국가와 한국을 배경으로 세계 평화를 노래한다. 캐스팅뿐 아니라 공연계 ‘대모’로 불리는 연출자 이지나, 음악감독 김문정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도 기대감이 높았던 이 작품은 온라인 공연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공개되어 호응을 얻었다. ‘선명한 주제의식 전달’에 집착하던 전작들과 차별화했으며 완성도 면에서도 상당히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 엑소의 ‘으르렁’, 2PM의 ‘HeartBeat’ 등 K팝 명곡들을 넘버로 활용해 친근함과 확장성을 더한 것은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임승은 인턴

<2021-11-19> 경향신문

☞기사원문: 스타들만 모아둔 자축행사? 작품성 높여 대중까지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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