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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음악인 작곡한 학교 교가 논란…“변경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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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 사전 수록자 4명이 만든 교가 9곳 학교 사용
광주시, 친일 잔재 조사 결과 및 활용방안 제시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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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이 작곡한 광주제일고 교가.

3·1운동 100돌이 되는 해를 맞아 친일 음악인들이 만든 교가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작곡한 교가를 변경하는 작업은 일제 잔존 역사를 청산하는 첫걸음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10일 광주시가 광주교대 산학협력단에서 받은 ‘광주 친일잔재 조사 결과와 활용방안’ 용역 최종 보고서를 보면, 광주 지역의 중·고교와 대학 9곳에서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현제명·이흥렬·김동진·김성태 등 친일 음악인 4명이 만든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일 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강점기에 민족 반역, 부일 협력 등 친일반민족행위를 자행한 4389명의 목록을 정리해 2009년 발간했다.

전남대와 숭일·중고는 현제명(1903~60)이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현제명은 대구 출신으로 일제 강점기 때 전시체제에 협조하기 위해 일본 국민음악 보급을 목표로 공연을 개최한 경성후생실내악단의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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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광주제일고의 교가는 이흥렬(1909~1980)이 작곡했다. 이흥렬은 1944년 친일음악단체인 대화악단의 지휘자를 맡아 활동했다. 2002년 제주에선 이흥렬이 작곡한 ‘섬집 아기’라는 노래비를 건립하려다가 친일행적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김동진이 작곡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는 호남대·서영대(중·고)·금호중앙(여자)중·고, 대동고, 동신(여자)중·고 등이다. 광덕중·고교 교가 작곡가는 친일음악인으로 등재된 김성태다.

친일 시설물은 없애지 말고 친일 행각을 알리는 ‘단죄비’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교가 등 무형문화 잔재는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덕진 광주교대 교수는 “학생 항일운동의 상징인 광주제일고의 교가가 친일 인물이 작곡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학생독립운동 90돌을 앞둔 시점에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친일 음악인의 교가 변경을 시작으로 앞으로 친일음악인의 작품인 <애국가>를 바꾸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 쪽은 “용역 결과를 받은 뒤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친일음악인 작곡 교가 변경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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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현제명이 작곡한 전남대 교가.

하지만 교가 변경 추진을 두고 신중론도 나온다. 전남대 쪽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친일 음악인 교가는 특정 1~2곳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친일잔재 청산 정책과 방향에 맞춰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승호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회 회장은 “지금까지 불러온 교가를 변경하는 문제는 여론을 들은 뒤 신중하게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2019-01-11> 한겨레 

☞기사원문: 친일 음악인 작곡한 학교 교가 논란…“변경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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