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손기정 선생과 친일 음악가 안익태

1019

손기정 선생은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로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였습니다. 안익태에게 친일의 죄가 있다면 손기정 선생에게도 같은 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의 글을 자유 게시판에서 읽었습니다. 이분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때론 그 논리라는 게 모든 현실의 문제들을 다 풀어 줄 수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손기정 선생이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뛰어 마라톤에서 우승했는데 그때 만약 그분이 환호작약하며 “대일본 천황 폐하 만세!”라도 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손기정 선생은 친일의 죄를 모면할 수 없었을 것이며 조국을 배신한 만고의 패륜배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손기정 선생은 시상대 위에 서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한 청년이 가슴속에 어떤 분노와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보여 주셨습니다. 기쁜 기색은 하나도 없고 조국이 처한 그 한없는 괴로움과 슬픔을 그날의 흑백 사진 한 장이 잘 대변해 줍니다. 일본을 향한 조선 백성들의 무언의 저항이자 분노의 표현입니다. 그분에 관한 기록이 모든 것을 입증하므로 친일 역사에 관한 전문가들이 그분을 친일의 반열에서 뺐을 것이며 도리어 우리 민족의 불굴의 의지를 그런 식으로 표출하고 앙양한 데 대해 그날부터 지금까지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안익태의 친일 행위에 대해 저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잘 모르지만 그가 작곡했다는 ‘만주 환상곡’을 예로 들고자 합니다. 흘러가는 유행가도 아니고 일본 제국이 세운 만주국이라는 괴뢰 정부를 찬양하는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건 결코 가벼운 친일 행위가 아닙니다. 안익태의 친일 행위와 손기정 선생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그런 식으로 서로 비교한다는 그 자체에 저는 분노와 절망감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