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공동성명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배상하라!

250


[공동성명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배상하라!

오늘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되어 피폭 당한 피해자들이 2000.5.1. 부산지방법원에 제소한 손해배상소송과 10대의 어린 나이에 근로정신대로 동원돼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이 2012.10.24. 광주지방법원에 제소한 소송에 대해 최종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연한 결과다. 사람을 강제동원해 일을 시키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문명국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제소된 지 18년 6개월 만에 확인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일본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최초로 제소한 피폭 원고 다섯 분 모두 이미 고인이 되었다. 특히, “일본에 가면 공부도 할 수 있고 학교에도 보내 준다.”는 말로 현혹해 10대 미성년 소녀들을 사지로 내 몬 근로정신대의 건은 중대한 전시 여성유린 사건이자, 반인도적 범죄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한국사회에서도 오랫동안 사회적 편견과 소외 속에 이중의 고통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 고통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부끄럽지만 이러한 원인 중 하나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대법원의 ‘재판 거래’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정권에 부화뇌동하여 3권 분립과 재판독립이라는 엄중한 헌법의 명령을 내던지고, 스스로 청와대를 위한 로비스트 역할을 자임하고 말았다. 해외에 파견하는 법관의 자리를 늘리는 것이 긴 세월 눈물로 기다려온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강조하지만 재판 거래는 법치국가의 기본질서를 흔드는 국기문란 행위이자, 사법부 스스로 정권의 시녀노릇을 자처한 치욕 중의 치욕이다.

외교부 역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 ‘개인이 민간 기업을 상대로 한 사적(私的) 소송’이라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외면해 왔다. 특히, 외교부는 2016.11.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모아 대법원에 의견서를 보내는 등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는 재판이 지연된 것에 정치적・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피해자 유족에게 사죄하고, 사법농단 관련 책임자들에게는 반드시 응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2011.8.30.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이 있었음에도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와 피폭자 문제에 대해 협의조차 시도하지 않은 문제는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조속히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 달 전인 10.30. 대법원은 신일본주금주식회사에 대한 위자료지급청구를 인용하여 피해자의 배상권을 인정한 역사적인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한국의 국가정체성마저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신일철주금은 물론 강제동원 관련 기업들에게 판결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배상을 받아야 할 피해자의 권리를 다시금 침해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청구권협정에 억매여 피해자 인권을 존중하라는 지속적인 국제인권법의 요청을 무시하고 부정하고 있는 것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정부는 냉전시대의 정치적 산물인 한일협정에 더 이상 기대서는 안 될 것이다. 70년간 분단 상태에 있었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오랜 숙적관계에 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 양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공동체로 가는 새로운 열차를 준비하고 있는 이때, 일본정부만 낡은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우매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도 일본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길 손 놓고 볼 일이 아니다. 한 달 동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만 해놓고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미쓰비시머트리얼은 지난 2015년 7월 미군 포로들을 찾아가 지난 시기 잘못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했으며, 중국 피해자들과는 현재 집단화해를 추진 중이다. 같은 시기, 같은 이유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국적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상식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일본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 이미 미쓰비시중공업은 근로정신대 소송과 관련해 2010년 7월~2012년 7월까지 일본에서 협상을 진행한 전례도 있다. 따라서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의 원고들, 그밖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을 위해 종합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만약 미쓰비시중공업이 양국 사법부 일관된 판단을 무시한 채 피해 구제를 지연시킨다면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역시,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반인도적 죄상을 전 세계에 고발하여 문명국가에서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8.11.29.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