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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방응모 친일행위, 5년만에 확 깎아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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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업체 감사는 친일 전력 아니야” 파기환송
침략전쟁 동조한 잡지글만 친일 행위로 인정
민족문제연구소 “부역 했는데 친일 아니란 논리” 비판
4년10개월 만에 늑장 판결…“언론권력 눈치보기” 지적도

방응모
▲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방응모 <조선일보> 창업주가 일본 강점기에 군수업체 경영진으로 활동한 전력을 친일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이후 무려 5년여를 끌어온 ‘늦장 판결’인 데다 친일반민족 행위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9일 방 전 사장의 손자인 고 방우영(88)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행정안전부 산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009년 방 전 사장을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했다. 위원회의 결정 근거는, 방 전 사장이 △자신이 운영하던 잡지 <조광>에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글을 게재한 점 △일제에 군수품을 납품한 ‘조선항공공업’의 발기인·감사를 지낸 점 △조선총독부 관변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에서 발기인·평의원으로 활동한 점 등 3가지였다. 방 전 명예회장은 이를 취소해달라며 이듬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방 전 사장이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글을 쓴 것만 친일행위로 인정했다. 항소심과 달리, 일제 침략전쟁을 지원하는 군수회사에서 감사를 지낸 전력은 “실제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친일행위로 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족규명법)에 ‘일제 전쟁 수행을 돕기 위해 군수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경우’를 친일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학계에서는 반민족규명법의 취지를 너무 좁게 해석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전범단체인 조선항공공업에서 발기인과 감사를 맡은 것은 그 자체로 전쟁에 대한 협력 행위다. 구체적으로 회사를 직접 운영하지 않았으니 일제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부역은 했는데 친일은 아니다’라는 식의 논리적 모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송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방 전 사장은 회사의 운영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법원은 일제에 협력한 조선항공공업의 성격에 주목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늦장 판결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1월 항소심 판결 이후 4년10개월 만에 결론을 내놨다. 조세열 총장은 “5년여 만에 결론을 내놓으면서 가장 무거운 친일 행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 권력인 <조선일보>를 배려한 타협적 판결로 보인다. 인촌 김성수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수 <동아일보> 설립자 역시 일제의 징병을 찬양하는 글을 전국 일간지에 게재한 행위 등으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으며, 그 후손들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어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2016-11-09> 한겨레

☞기사원문: <조선> 방응모 친일행위, 5년만에 확 깎아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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