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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소록도 日 신사’ 존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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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등록문화재 지정… “교육자료” vs “세금낭비”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및 위안부 관련 망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남 소록도에 국내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한 일본 신사(사진)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 남아 있는 ‘구 소록도갱생원 신사’는 지난 1935년 건립돼 2004년 등록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국내에 1000여 개가 넘는 신사가 세워졌지만 모두 철거되고 현재는 소록도 내에 위치한 이 신사만이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에 사용되는 배전(拜殿)과 신체가 봉안된 본전(本殿) 등 2개 동으로 이뤄진 이 신사에서 일제는 조선총독부에 의해 전국 각지에서 강제로 끌려온 한센병 환자들에게 참배를 강요했다. 문화재청은 “일제 만행을 기억하려는 의도”라며 신사 건물 외에 한센병 환자를 감금하고 관리한 구 소록도갱생원 사무본관 및 강당 등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면서 최근 신사 보존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일고 있다. 특히 2008년 5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신사 건물에 대한 보수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1일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신사 철거를 위한 서명 운동이 벌어져 22일 현재 700여 명이 참여한 상태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비극의 역사 또한 후대에 교훈으로 남겨야 하는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신사는 단순 시설물이 아닌 일제의 정신적 의미가 담겨 있어 역사 청산과 함께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소록도 내 신사는 이미 원래 기능을 잃었고 일제 침략의 흔적 중 하나로 교육 자료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시준(사학과) 단국대 교수는 “신사는 형무소 등 여타 일제강점기 시설과 다른 만큼 세금까지 투입해 보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문화일보>20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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