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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과 임종국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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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학민 이사







2009년 11월, 18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친일인명사전>이 드디어 발간되었다. 일제로부터 민족이 해방된 지 60여 년이 지나서야 민간에 의해 최초로 친일파 청산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 의해 반세기 이상 침탈을 당하고도, 그리고 그 침탈로부터 천신만고 끝에 해방되고도, 그 침탈의 역사와 잔재를 정리하지 못하고, 겨레를 배신하여 그 침탈에 부화뇌동한 민족반역자들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 우리 현대사였던 바, 그래서 <친일인명사전>은 우리 민족사에 일대 쾌거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친일인명사전>의  편찬 발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 김학민 이사


사전의 발간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중요한 역할도, 별 도움도 준 것이 없다. 그러나 1983년 일주일에 2, 3일 국립도서관을 드나들며 일제 시대에 발간된 신문이나 잡지, 기타 문서에서 부일, 친일의 흔적들을 일일이 복사하여 자료를 모으고 있었던 임종국 선생을 만나면서 선생과 함께 최초의 친일인명사전을 구상한 바 있어, 이번 사전의 발간은 내가 이룬 성과와도 같아 참으로 감격스러운 것이다.


1983년 당시 나는 수년간 근무하던 한길사에서 퇴직하고 내 이름을 따 ‘학민사’라는 신생 출판사를 차렸다.








그리고는 김삼웅, 정운현 두 분과 협의하여 <친일파> 1, 2, 3권과 <친일파 죄상기>, <창씨개명> 등 여러 권의 친일문제, 친일파 관련 단행본을 발간했다. 특히 <친일파 죄상기>에는 해방 직후 발간된 <친일파 군상>에 수록된 친일파 명단과 간단한 그들의 이력을 다시 정리하여 수록, 일종의 축소판 친일인명사전처럼 실었다.


임종국 선생은 국립도서관에서 일을 끝내면 대개 마포 신수동에 있는 학민사로 와 저녁을 드시고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천안 댁으로 내려갔는데, 복사 뭉치가 많으면 학민사에 보관하여 두고 가시기도 했다.  그때  나와 임 선생은 친일파들의 친일


행위를 증거 하는 문학작품이나 논설, 기고문 등을 책으로 엮어 내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 그래서 친일 소설집,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의 친일 논설들을 모은 친일 논설집을 기획했는데, 그 책들







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민사에서 내지 못하고, 당시 한 사무실을  쓰고 있던 실천문학사로 넘겨,  결국 그곳에서 발간되었다.

이때 위의 두 책과 같이 임종국 선생과 기획한 책이 친일인명사전이었다. 물론 친일인명사전은 기획대로 그때 발간하지 못하였고, 또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엄청난 작업이 일개 편집자의 아이디어나 신생 출판사가 감당할 사안이 전혀 아니었지만, 임종국 선생의 그 외로운 선행 작업이 없었다면 사전 편찬 작업은 훨씬 뒤로 미루어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삼가 임종국 선생의 영전에 숙연히 인사 올린다. 선생께서도 후학들이 선생의 유지를 이은 것에 흠뻑 기뻐하시리라.


 
 ▲ 임종국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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