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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직수 선생님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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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부


 










연구소 창립 때부터 열성적으로 활동해온 김직수 선생이 10월 23일 오후 8시 자택에서 임종하였다.  일제강점기에 학생 신분으로 항일운동을 하시다 수감생활을 하였던 선생은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인한 오랜 투병생활 속에서도 강직하고 꿋꿋한 지사의 삶을 살아오셨다. 전북지부 고문을  맡아 격려와 채찍을  아끼지 않았던 김직수 선생은  전북지부의 정신적 기둥이셨다. 김직수 선생의 임종을  연구소 모든 회원들과 함께 가슴깊이 애도한다. 아래 글은 전북지부에서 보내온 추도사이다-편집자


 


 








10월 23일 오후 8시경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화장을 해달라는 말씀과 함께 전북지부 회원들을  찾았습니다. 원광대 병원에서 퇴원하시고  집에서 보내던 잠깐의  시간이 이승에서 보내는  마지막 소풍이었나 봅니다.  힘겨운 여든의 생을  마치셨으니 이제는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계시겠지요.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캐리커처 전시회(항일과 친일)가 선생님이 참여하신,  전북지부가 주최하는 마지막 공식행사가 되었습니다.  핼쑥한 얼굴과 지팡이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몸을 이끄시고 자리를 지키셨고, 광주지부 어르신들과 저녁을 같이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의 정신적 기둥이셨습니다.  우리가 어렵고 힘들었을 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선생님을  보면서 힘내자고 격려하며  우리는 살았습니다.  이제는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누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까요.

호남평야의  풍성한 곡식이 군산항으로  유출되고 식민지 백성들의 삶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이리농림학


교에 다니는  몇몇의 학생들은  목천포(만경강 철교)다리를 폭파하기로 하고 모악산 금광에서 사용하는  폭약을 탈취하려다 그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모진 고문을 이겨내고 김제경찰서에서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광복 이후,  벅찬 기대와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교차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꿈을 잃어갔고, 6. 25는 그동안 함께  살아온 이웃에게 분노와 증오심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삶과 선택을 강요하였습니다. 친일파의 득세와 군사독재 정권의 지배 하에서 선생님은 아웃사이더로 밀렸고, 평생을 문패를 달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어떠신가요,  그곳의 세상은.  차별과 선택의 강요가 없이  본인의 자유로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겠지요. 그동안 몸에 사무치도록 느끼며 살아왔을 외로움과 분노를  거두시고, 이승의 삶을 잊어주세요. 더 이상 사회적 모순과 구조적인 아픔을 한 개인의 인내와 승화를  통해서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타인의 아픔이 나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

저희는  선생님을 모시고 다니던 세월동안  인생 공부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꿋꿋하고 당당하셨습니다. 사회문제에 통달하셨고, 책을 좋아하셔서  먼저 보고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셨지요. 선생님은 지금은 우리 곁에 없지만 저희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회원들은 선생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지나가면  더 잊혀지겠지요.  선생님의 삶은 먼 옛날의 기억이 되고 역사가 되고 저희도 언젠가는 또 선생님과 함께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킨 신조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정직하게 살아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깊은 의미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저희는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선생님께서 떠나면서 많은 것을 용서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무거웠던 삶의 역정을 끝마쳤겠지요. 이제는 그냥 그렇게 저희를 지켜보고 계시겠지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직수 선생님, 앞으로 얼마나 선생님 이름을 부를까요. 갈수록 더 적어지겠지요. 그러나 선생님은 이해하실 거예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이 하는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김직수 선생님……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회원들이 삼가 선생님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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