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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일본, 아시아 평화 공헌의 길-강원일보(0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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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일본, 아시아 평화 공헌의 길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 62회째를 맞이한 지난 8월15일, 전쟁터의 뜨거운 열기를 연상하게 하듯 도쿄의 한낮 기온은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다. 종전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일본 천왕과 수상은 전쟁의 참화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전몰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세계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사회 지도층의 대외 발언의 핵심은 세계 각국과의 우호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고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에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고 다짐한다.

 특히 금년 종전기념일에는 아베수상을 비롯한 16명의 각료 중 1명을 제외한 15명 전원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피해 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의 이면에는 아베내각이 일본헌법 제97조를 개헌하여 궁극적으로는 군사대국화하려는 우경화 정책에 대한 일본국민의 저항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결과에서도 평화헌법을 지키고자하는 일본국민의 변화해 가는 여론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전몰자 유족회를 비롯한 야스쿠니신사를 위한 국회의원모임 등 공식적 참배를 위하여 조직된 단체에서는 각종 성명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군사대국을 외치고 있지만 말이다.

 이날 밤 일본공영방송국인 NHK TV 방송에서 `일본 지금부터’라는 국민토론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시민들을 초청하여 일본국 헌법 제97조 개헌에 대한 생각을 자유자재로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이 헌법은 전쟁을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자위대를 군대로 승격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논쟁이 되었다. 초청된 일본의 한 여성이 한국과 중국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왜 일본만이 군대를 보유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러한 질문에 대부분의 피해 국가들은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역사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하곤 한다. 그리고 군국주의의 정통성을 살려서 군사력으로 아시아 지배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군대보유를 반대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의 우익 지도자들은 과거 역사의 현장에서 선조들이 인접국가들에 대한 가해자였던 관계로 자신들의 가문에 대한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피해국가에 절대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하여 아마도 일본의 천황과 내각은 2008년은 물론 향후 계속해서 외교적 표현으로 아시아 각국에 고통을 끼친데 대하여 사과하고 세계평화를 위하여 공헌하겠다고 머리 숙일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에 관한 해석의 차이는 일본과 인접국가 간에 계속 평행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표방하고 있는 세계평화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국제공헌에 관한 해석을 함에 있어서 만약 강한 군대를 보유하여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지난 세기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사실 일본이 평화헌법의 유지와 함께 군대를 보유하지 않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시아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일본이 국제공헌을 하기 위한 최대의 수단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평화헌법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평화헌법은 수 천 개의 핵무기보다 더욱 강한 세계평화공헌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국제화시대로 환경, 교육, 문화, 식량, 경제 등 인류생존에 필요한 많은 분야에 있어서 상호의존하며 공존해야 하는 시대이다. 일본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군대의 보유가 아니라 평화헌법을 수호하여 비군사대국의 지위로 부상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국제공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0여년 전의 전쟁에서 자식을 희생당한 101살의 노모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전몰자 추도식에 참여하여 무의식중에 뱉은 독백을 잊을 수 없다. 내 아들이 지금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전쟁은 모든 인류에게 슬픈 일이라고.


 – 한림성심대학 행정학과 교수·일본 교토대 법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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