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친일청산에 더 나서도록 해주었다”
[인터뷰] 박노정 진주민예총 회장

▲ 박노정 진주민예총 회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친일화가가 그린 논개영정을 뜯어냈다고 해서 교도소까지 갔다 왔다. 오히려 잘 됐다. 앞으로 더 철저하게 지역 곳곳에 있는 친일·일재잔재들을 찾아내서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
진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박노정(57) 진주민예총 회장이 11일 한 말이다. 진주지역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독도수호 진주시민운동본부’는 2005년 5월 10일 의기사에 걸려 있던 김은호 작 ‘미인도 논개’ 복사본(일명 논개영정)을 뜯어냈다.
박 회장과 하정우·정유근·유재수씨는 ‘건조물 침입’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되어 법원으로부터 각각 벌금 500만원씩 선고받았다. 이들은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선고에 항의하는 뜻으로 벌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5월 28일 노역장 유치를 선언하고 진주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1주일만인 6월 3일 출소했다.
진주시민운동본부는 앞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친일·일제잔재 청산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조만간 단체 대표들이 모여 구체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단체가 앞으로 정리해 나갈 사업으로는 ▲’친일가수’인 남인수의 이름을 딴 가요제를 없애거나 변경하는 문제와 ▲뒤벼리 절벽에 새겨진 친일인사들의 이름을 처리하는 문제 ▲친일 인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던 비석(비석군)이 진주성 안에 있는 문제 등이다. 진주성 호국종각에 새겨진 이은상의 시 처리 문제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노정 회장을 만나 출소 뒤 소감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교도소에서 나온 뒤 주변의 반응은?
“친일·일제 잔재 청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대개 사람들은 그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로 여긴다. 그러나 개인들은 여러 사정으로 못했을 뿐이다. 출소 뒤 모두 고생했다며 누군가 할 일을 했다는 반응이었고 격려를 보내더라.”
– 교도소에 들어가 보니 어떠했는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거기에 들어가 있으니 뉴스를 보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안 올 사람들이 왔다는 말을 하더라. 무슨 이유에서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체험을 했다고 본다.”

▲ 박노정 회장을 비롯한 4명은 지난 6월 3일 진주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소한 뒤 교도
소 정문 앞에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이번 일과 관련해 느낀 점은?
“신뢰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외로 무엇이 옳고 그런지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책임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앞으로 계획은?
“지역에는 ‘논개영정’ 이외에 친일·일재잔재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연구해서, 책자를 내는 일에 우선 나설 것이다. 진주 사람들에게 사실을 낱낱이 알릴 것이다. 필요하다면 진주시와 논의도 할 것이고, 토론회도 열 것이다. 시민들이 새롭게 인식해서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
– 뒤벼리 절벽에 새겨진 친일인사들의 이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지?
“1990년대 중반부터 그곳에 친일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일부에서는 지워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시민단체에서 세운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는 정도다. 그 뒤 시에서는 이름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넝쿨을 심기도 했다. 숲으로 위장해 놓은 것이다. 덮어 놓는다고 해서 없어질 문제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지워야 한다고 하는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진주성 안에 있는 친일파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군)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진주성은 어떤 곳인가. 7만 민관군의 혼이 서려 있다. 그런데 일제시대 민족을 등진 인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많다. 1980년대 진주성을 정비하면서 흩어져 있던 비석을 모아 놓은 것이다.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장소가 진주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산교육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데, 비석 앞에 친일인사라는 사실을 안내해 놓을 수도 있다.”
– 진주성 안에는 이은상의 시가 새겨진 호국종각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은상이 친일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 문제는 좀 더 살펴봐야 할 문제다. 마산의 경우 ‘이은상 문학관’을 하려다가 ‘마산문학관’으로 명칭이 바뀐 적이 있다.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남인수 가요제 문제며 생가 복원 여부도 논란이던데?
“이미 제기된 문제다. 가요제는 방송사와 관련되어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남인수의 친일 행적과 관련한 결과가 나오면 자연적으로 처리될 것이다. 만약에 늦어진다면 대응책을 검토하겠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에 그대로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생가 복원은 시 예산을 들여서 하지 않는다고 진주시와 구두합의를 해놓은 게 있다.”
– 전국에서 벌금 모금운동이 벌어졌는데?
“모두 2800여만원이 모아졌더라. 노역장에 유치된 다음날인 5월 2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 500만원을 냈다고 한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과 단체에서 벌금을 모아주었다. 모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벌금을 납부하고 700여만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기금을 종자돈으로 해서 친일·일제 잔재 청산 활동에 나설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민족과 관련된 일은 정말 철저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더 단단하게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 문제는 자치단체며 사법부도 기대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과거를 들춘다고 하지만, 과거가 바로 서야 미래가 바로 서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이라면서 과거를 덮어두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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