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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이나 걸린 친일재산 국가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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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대통령 직속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반민족 행위자 9명의 소유 토지와 임야 25만4천906㎡(7만7천여평)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공시지가로는 36억원, 시가로는 63억원 상당에 불과한 `조그만’ 땅이지만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가 와해한 지 58년만에 얻은 친일 청산의 첫 가시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부분적인 단죄가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을 들춰내 누구를 욕하자는 게 아니냐는 일부 반론도 있으나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고 사회정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친일재산 국가귀속은 당연하고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스라엘이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혐의가 있는 전범들을 지구상 끝까지 찾아가 국제법정에 세우는 것도 아직 정의가 살아 있고 다시는 그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세대에 경고하기 위함이다. 친일파 재산 조사활동도 그 정신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을사조약과 한일병탄(합병)조약 등에 관여했거나 그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 일제의 귀족의원이나 중의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여자 등의 친일파 가운데 대다수가 반민족 행위를 통해 축적한 부를 후손들에게 물려줬음에도 그동안 아무런 민ㆍ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았다. 되레 일부 친일파 후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소유권을 확보한 뒤 제3자에게 매각하기조차 했다. 일제 강점기에 주요 친일파 인사가 보유했던 땅이 당시 경성(京城ㆍ서울의 옛 지명) 면적의 13배 가량인 1억3천만평에 달했다는 박사학위 논문도 있다. 이는 현재 광주광역시 면적에 조금 못미치고 한반도 전체 면적의 0.2%에 해당한다. 친일파는 친일 대가로 은사금과 작위를 받고 중추원 관리로 임명된 뒤 토지조사 및 임야조사 사업을 통해 국유지를 양여받는 식으로 토지를 늘렸다고 한다. 매국과 친일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용서받지 못할 텐데 나라의 땅까지 받아챙긴 것이다. 그 후손들이 그런 땅을 갖고 버젓이 살게 내버려두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의로 남아 있거나 후손에게 물려준 토지를 샅샅이 찾아내 국가에 귀속시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산조사위의 조사 개시가 결정된 토지만 1천317만㎡(398만평ㆍ공시지가 1천185억원)에 달한다. 재산조사위와 당국은 친일파 후손이 이 땅을 제3자에게 팔아넘기지 못하도록 법원에 부동산가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은 물론 재산을 남에게 양도한 경우 강제집행면탈죄 등을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십년 간 재산을 누려온 친일파 후손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차제에 스스로 국가에 반납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예우 및 생활안정 지원금이나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에 사용되도록 하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이는 `희망사항’일지도 모른다. 그간 후손이 보여준 토지 소유권 소송이나 주장 등을 보면 말이다. 이들은 “친일행위와 상관없이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이다”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이유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청구할 게 뻔하다. 재산조사위는 철저히 조사해 이런 반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 선의의 피해자가 한명이라도 나온다면 역사적인 친일청산 작업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최종 판단이 서기 전까지 발표를 유보해야 할 것이다. 활동 초기단계서부터 건수 등 실적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재산조사 대상 친일파는 모두 452명이다. 재산조사위 전 직원 104명 가운데 조사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고작 40여명이라고 한다. 작년 7월 4년 한시기구(2년 연장 가능)로 발족한 재산조사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도록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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