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실명 공개 놓고 “법치주의 훼손” “반면교사 기회” 논란
피고인ㆍ판결내용 포함 ‘일파만파’… 법관들 “실정법 따른 판결” 반발

“판결내용 비밀 아니다” 30일 서울 중구 필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
원과 직원들이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한 판사들의 명단 공개 여부
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덕 기자
3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관여한 판사 명단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당사자격인 법원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강하게 일고, 보수·진보 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특히 위원회 결정에 앞서 판사 명단이 일부 언론에 유출되는 등 ‘부끄러운 사법사 반성’이라는 취지가 ‘여론몰이식 손가락질’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 속 명단 공개 강행=위원회가 유신 시절 긴급조치로 기소된 사건 1412건의 판결을 유형별, 조치별로 분석한 ‘긴급조치 위반 판결분석 보고서’를 3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직후 이를 공개한다. 보고서에는 사건번호와 피고인, 담당판사 등이 적혀 있어 실명이 자연스럽게 공개된다.
그동안 법조계 등에서는 판사 실명 공개에 대해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외국에서도 법에 따라 재판한 판사들에게 시대적 책임을 지운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다.
그런데도 위원회가 판사 실명 공개를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반대 여론을 충분히 무마시킬 만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최근 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나는 등 과거사 정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 차원에서 과거사 정리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법원이 공식적으로 반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 같다.
위원회 관계자는 “공개 법정에서 이뤄진 판결이 비밀도 아니고 판결 내용을 분석하면서 판사 이름을 적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거세지는 찬반 논쟁=우려대로 위원회의 실명 공개 방침으로 시민단체 간 찬반 논쟁이 날로 격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과거 잘못의 정리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법치주의를 흔들고 국론 분열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법관이라면 부당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양심을 갖춰야 하지만 긴급조치 시대의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법부가 스스로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개혁국민연대 조용환 사무총장도 “긴급조치를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판결문과 판사 이름을 공개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 측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 여망을 거슬러 사법 혼란을 야기한 과거사위는 해체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비상대책협의회 김창범 사무차장은 “과거 모든 것을 다 뒤져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판사 실명 공개는 사회통합보다 또 다른 상처와 분열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g-top-introduce[1]](/wp-content/uploads/2016/02/img-top-news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