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예우법,독립운동가 자손은 서럽다!
국무총리, 개선 약속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
독립유공자 자손들의 궁핍한 삶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관련 법률이 개정돼 독립유공자의 자손에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매점과 식당 등의 운영에 우선권을 주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개정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운영권을 준 기관은 거의 없는 것으로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생생내기용 독립유공자 예우법, ‘예우’는 어디갔나?
1919년 서울 4대문사건의 주동자로 옥고를 치렀던 독립운동가 이원근 열사(건국훈장 애족장 추서)의 손자 이승봉(56) 씨.
이 씨의 아버지 역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해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
하지만 이 씨의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이 씨는 젊은 시절을 요시찰 대상자로 지내야 했다.
결국 제대로 된 교육은 물론 직업도 가질 수 없었던 이 씨는 평생을 막노동과 경비일을 하며 궁핍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이 씨는 “독립유공자 후손의 삶이 참 비참하다. 그동안 안해 본게 없을 정도였고 현재도 경비일을 하고 있다. 주위에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그런 식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궁핍한 삶
이처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궁핍한 삶을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해 3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대표발의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개정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기관은 매점이나 자동판매기의 설치를 허가 또는 위탁하는 경우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이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유공자에게 공공기관 매점 등의 운영권을 준 곳은 경기도 시흥중학교를 비롯해 일부 중, 고등학교로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이승봉 씨를 비롯해 독립유공애국지사유족회 회원 9백여명이 뜻을 모아 매점 운영권을 따기 위해 지원한 곳만 100여곳.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고양시 호수공원, 그리고 서울 보라매공원 등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독립유공자 후손이 운영할 경우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매출 10위안의 브랜드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등 각종 이유를 들어 이들의 신청을 거부했다.
특히 십 수년동안 직원상조회가 운영권을 쥐고 매점 수익금을 공무원들의 회식비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던 서울시 시립도서관들도 독립유공자들의 신청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11월 28일 CBS 노컷뉴스 보도)
공무원들 회식비로는 써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줄 수 없어?
그런데 독립유공자예우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12월 관련 법안의 ‘공공시설 매점 등 우선 배정 법규정’이 있으나 마나하다는 지적이 일자 청와대는 이병원 비서실장 주제로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법률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1월에는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이 ‘독립유공자 단체에 대해 지원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향수 생업지원을 위한 개선 대책’을 서면으로 노 대통령에게 공개질의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독립유공자 및 유가족이 지원받은 실적이 없음”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해 생업지원 실적을 면밀히 점검, 파악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생업지원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상황을 보면 결국 대통령을 대신해 비서실장과 국무총리가 한 약속은 모두 ‘헛공약’에 불과했던 것.
정부 최고위층 개선약속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 없어
이에 대해 유족회 방병건(60) 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배운게 없다가 보니까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선조들의 기상을 받아서 어디서 아쉬운 소리 하기를 참 싫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나서기 전에 개정된 법률에 따라 미리 정부에서 앞장서서 법을 지켜주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방 씨는 조선일보 창간멤버로 ‘왜놈’이라는 표현을 쓰고 총독암살 계획을 세웠다 옥고를 치른 방한민 열사의 손자, 그 역시 최근까지 경비원으로 일했고 현재는 무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관련 법률을 어겼을 때 벌칙이나 처벌 조항이 없고 정부를 비롯해 공공기관들이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독립운동가 ‘예우’에 대한 기본적인 정서가 없었고 이 것이 이 법안이 사문화된 가장 이유일 것이다”라며 “우리 사회에 이러한 정서가 자리잡히기 전까지는 국가가 인위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해야한다”고 밝혔다.
소외당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돕겠다고 만들어진 법률이 ‘역시나’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부족 때문에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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