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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공모죄-국민일보(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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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공모죄 

  
 
경우 1. 난폭한 상사에게 시달려온 A가 동료 B와의 술자리에서 울분을 토하다 그 상사를 혼내주자고 홧김에 말을 건넸다. 그러자 B도 동조했다. 바로 이 단계에서 A와 B에겐 ‘상해 공모죄’가 적용된다.

경우 2. 노조가 경영진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강하게 단체교섭에 임하자고 결의했다. 이제 노조는 ‘조직적 강요에 의한 공모죄’를 피할 수 없다.

경우 3. 시민단체가 팔레스타인병원 복구를 위해 모금활동을 했다. 병원 복구를 호소한 배후에 테러조직이 끼어 있었다면 시민단체는 ‘테러자금공여 공모죄’로 추궁받게 된다.

일본 연립여당이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공모죄 법안을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공모죄는 두 사람 이상이 만나서 뭔가를 얘기하고 경찰이 그 내용을 범죄의 공모라고 판단하면 바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게 골자다. 홧김에 내뱉은 한마디,양심에 입각한 생각만으로도 법망에 걸린다.

게다가 법안에는 실행미수 단계에서 자수하는 자에게 형을 감면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반대론을 펴는 인사나 단체에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공모를 꾀한 후에 자수를 하면 걸리지 않을 대상이 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 법안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3년. 일본정부는,공모죄는 2003년 5월 국회가 비준한 ‘국제적인 조직범죄방지에 관한 유엔조약’ 5조에 포함돼 있어 그에 상응하는 후속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도 공모죄를 수용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러나 지난 20일자 도쿄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조약 비준 과정에서 공모죄 조항을 보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을 속여서라도 일본정부가 공모죄를 추진하려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도 총 619종류의 범죄를 망라하는 과잉처벌법을.

당연히 비판이 거세다. 공모죄 신설 반대에 앞장서온 일본변호사연합회는 물론 야당들도 사상의 단계에서 처벌을 가하는 것은 법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지난달 1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공모죄 법안은 꼭 필요하다”고 강행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는 일본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왜곡,전쟁책임,야스쿠니신사 등 온갖 이슈의 해결을 위해 한·일 시민단체의 협력이 절실한 지금 공모죄가 등장한다면 한·일간의 시민연대는 고사하고 일본의 양심세력은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가.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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