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평화헌법’ 공포 60년..’평화주의’ 퇴색>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시대에 맞지 않는 조문으로 대표적인 것이 제9조다. 9조를 개정해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31일 구미 언론과의 회견에서 명확한 헌법개정 의지를 밝혔다. 그가 일본 헌법의 ‘평화주의’ 조항인 9조를 지목하면서 재임 중 개헌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기는 집권 후 처음이다.
일본 헌법이 오는 3일로 공포 60주년을 맞는다. 2차 세계대전 승전국, 사실상 미국의 주도로 제정된 일본 헌법은 전투력 보유를 금지하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 때문에 ‘평화헌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으며 전후 60년간 한차례의 개정도 없이 외견상으로 일본의 평화주의를 지탱해왔다.
이 법의 핵심은 9조의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는 1항과,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기타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는 2항에 있다.
아베 총리의 언급은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대로 자리매김하고 재무장과 자위를 위한 교전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9조를 고침으로써 군사적 차원에서 ‘보통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특히 일본 헌법이 승전국에 의한 ‘강요(押し付け.오시쓰케.강요) 헌법’인 만큼 스스로의 손으로 ‘자주 헌법’을 제정함으로서 주권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아베식 개헌 추진의 논리이다.
그러나 실제 일본 헌법은 동서냉전과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일본을 ‘반공 방위체제’의 최전선으로 편입하면서 일찍이 뼈대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 법의 시행 4년째인 1950년 터진 6.25 전쟁을 빌미로 미국은 일본에 전투력의 편성을 지시, 자위대의 전신격인 경찰예비대가 발족했다. 이는 2년 뒤 보안대로 개편됐고 1954년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로 탈바꿈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과의 굳건한 군사동맹 속에 극동기지 역할을 자처하며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핵위협, 중국의 성장 등을 전시법인 유사법제와 주변사태법을 제정하고 이라크를 비롯한 분쟁지역에 자위대의 파병실적을 쌓으며 사실상 평화헌법을 허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현재 일본이 넘지못한 한계는 해외에서의 무력 행사를 의미하는 ‘집단적자위권’의 행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창당 50주년 기념일인 지난해 11월 22일 자체 개헌안 초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 안은 전쟁포기를 규정한 9조1항은 유지했으나 2항은 제목을 ‘전쟁포기’에서 ‘안전보장’으로 바꾸고 ‘자위군을 보유한다’는 점을 명기했다. 논란이었던 집단적자위권은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자위군이 긴급사태 발생시 질서유지와 국제협조 활동의 명목으로 해외에서의 무력행사 가능성을 터 놓았다. 집단적자위권의 행사 요건과 범위는 향후 제정할 안전보장기본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어 개헌을 집권 공약으로 내건 ‘아베 정권’은 개헌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의 조기 제정을 추진, 개헌을 ‘정치 스케줄’에 공식적으로 올려놓았으며 아베 총리가 임기 중 개헌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의 개헌작업이 아베 총리가 마음먹은 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여론의 ‘신중론’과 호헌.개헌파가 팽팽히 맞서는 일본 정가의 세력 분포 때문이다.
일본 국민은 표면상 ‘개헌파’가 ‘호헌파’를 다소 웃도는 추세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3월 11-12일 유권자 1천812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 개헌에 대한 찬성의견은 56%로 9년 연속 절반을 넘어섰으며 반대 의견은 32%에 그쳤다. 그러나 ‘평화주의’를 규정한 9조에 대해서는 개정 반대파가 54%로 찬성파(39%)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 절차를 포괄적으로 정한 헌법 96조에 따르면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이는 개헌세력인 자민당이 양원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조차 헌법의 평화주의 조항을 건드리는데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어서 ‘아베 정권’의 개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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