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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부끄러운 ‘청와대 홈피’-스포츠칸(0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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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부끄러운 ‘청와대 홈피’ 
 

 
9일은 560돌을 맞은 한글날이다.
한글은 세계의 언어 석학들이 인류 최고의 문자로 상찬하는 우리의 자랑거리다. 지난 97년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글자로서는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더욱이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문맹 퇴치의 날’로 정하고, 문맹 퇴치에 뛰어난 공적을 쌓은 이에게 ‘세종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 찬사를 반영해 정부도 국어기본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한글날을 국경일로 삼는 등 국어사랑의 토대를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과 달리 청와대 홈페이지는 우리말글 오용 사례를 수두룩하게 쏟아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오자는 물론 부적절한 어휘를 선택한 문장이 부지기수다. 앞뒤가 호응하지 않는 비문들도 많다. 특히 불필요한 외래어를 남용하는가 하면 일본어투 표현을 그대로 쓴 문장도 보인다. 띄어쓰기는 일일이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이다.

한 예로 8일 오후 2시 현재 홈페이지 첫 화면에 올라 있는 ‘우파 정당들이 좌측 깜빡이를 켰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총리 취임’ 정도면 충분할 말을 ‘총리 등극’이라고 엉뚱하게 적어 놓고 있다. ‘등극’은 “임금의 자리에 오름”을 뜻하는 말이다. 이 글의 배경인 스웨덴에는 왕이 따로 있어 더욱 우스꽝스럽게 됐다.

또 이 글에는 ‘재건시키기 위해’(재건하기 위해) ‘저항이 크지 않는다면’(저항이 크지 않다면) ‘파이낸셜 타임즈’(파이낸셜 타임스) ‘엔서니’(앤서니) ‘니콜라스’(니컬러스) 등 우리말법이나 외래어표기법에 어긋나는 사례가 곳곳에 보인다.

이밖에 ‘훤칠한 얼굴’이란 어색한 표현이나 ‘울프 크리스테르손 의장을 축출하고, 정통 보수 우파를 제거했다’처럼 사나운 표현도 적지 않다. 마치 군사혁명일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같은 우리말글 오용 사례는 비서관들의 글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등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일 건군 58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노대통령은 연설문에서 ‘12개국의 나라에서’(12개 나라에서, 12개국에서) ‘자랑스런’(자랑스러운) 등의 우리말글 오용 사례를 쏟아냈다. 특히 이 연설문에서는 “일이 점점 돼 가다” “목적하는 방향을 향해 가다”는 뜻의 말 ‘나아가다’로 써야 할 곳을 죄다 ‘나가다’로 썼다. 비문도 숱하다.

노대통령은 추석 메시지에서도 ‘올해는 연휴가 길어서 고향 가는 길이 좀 수월할지 모르겠습니다’는 어색한 표현을 남겼다. ‘고향 가는 길이 편할 듯하다’거나 ‘고향 가는 일이 수월할 듯하다’로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또 노대통령의 글은 ‘에게’와 ‘께’를 제대로 가려 쓰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에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여론몰이에 다름 아니다’ 등 일본어 직역투 문장이 많다. 국립국어원이 일본 한자말이므로 우리 한자말인 ‘서식(書式)’으로 순화해 적으라고 권고한 ‘양식(樣式)’이 버젓이 쓰이고 있다. ‘구좌’(계좌) ‘세대’(가구) ‘지불’(지급) 등의 일제 잔재도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프로우빙’(프로빙) ‘프레임’ 등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기도 한다.

세종임금이 하늘에서 “예끼 이놈들” 하고 야단쳐도 할 말이 없는 게 지금의 청와대 홈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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