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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깊이읽기]끝나지 않은 ‘日의 2차대전史’-경향신문(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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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깊이읽기]끝나지 않은 ‘日의 2차대전史’ 
 


역사가 크로체가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갈파했듯이, 역사는 단순한 ‘과거’나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의 의미를 따져 묻는 것임과 동시에 미래의 전망을 모색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는 끊임없이 다시 쓰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 인식과 역사 서술은 그 자체 이미 ‘정치성’을 갖는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번역·소개된 ‘일본전후사 1945~2005’는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거시적으로 일본의 ‘전후 60년’을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할 뿐만 아니라 ‘당대의 역사’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제는 ‘전후사(戰後史)’이며, 저자는 일본 근현대사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나카무라 마사노리 교수.

먼저 ‘전후’(戰後)라는 개념의 경우, 역시 ‘전전’(戰前)과 짝을 이루고 있다. 전쟁(제2차 대전)을 경계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것이다. 그들 둘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단절인가 연속인가. 저자는 연속이란 입장에 가깝지만, 더 정확하게는 어느 한 쪽이 아니라 그 양면을 글로벌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이른바 ‘관전사’(貫戰史) 내지 ‘관전쟁사’(貫戰爭史)(Trans-war history)라는 독특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라 해도 좋겠다. 시기구분 역시 그같은 관점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관전사인가. 저자에 의하면, 일본의 전후는 어뜻 보면 평화로워 보이지만, 일본은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쟁(특히 미국의 전쟁)에 끊임없이 관여해 왔다. 그것이 일본의 정치, 경제, 외교의 상태를 규정해왔으며, 나아가 장래 일본의 ‘국가형태’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 같은 관점으로 읽어나가는 전후 60년에 걸친 일본현대사는, 당연히 일본의 그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사와 동아시아의 역사라는 큰 맥락 속에서 자리매김되고 음미되어야 그 의미가 제대로 드러난다. 그 작업은 상당 부분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저자는 사건문서 자료와 선행 연구 외에도, 기억과 증언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구술(口述)을 들려주기도 하며, 더러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까지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한다. 딱딱한 이론적인 역사 서술보다는 현장감 있는 삶의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방식 역시 돋보이는 부분이다.

간간이 스며들어 있는 저자의 촌철살인적인 논평을 읽는 것 역시 평자에게는 작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자면 “확실히 일본은 냉전의 최대 수혜자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역사와 철학에 약한 것이 최대의 약점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이번의 역사인식 문제로 그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제공헌하면 곧바로 군사력 밖에 떠오르지 않는 빈곤한 상상력을 나는 서글퍼 한다.”

전후 일본의 역사, 일본의 전후 60년은 어떻게 정리될 수 있는가. 일본에서 ‘전후는 무엇이었는가’, 다른 말로 하자면 일본의 전쟁의 역사는 끝났는가, 끝났다고 볼 수 있는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저자는 “일본의 ‘전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1990년대 초 한국의 군위안부가 증언 도중 실신해서 들것에 실려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끝난 줄로 생각하고 있던 ‘전후’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노라고 ‘고백’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역사교과서에 대해 한국과 중국에서 격렬한 비판이 분출되는 것을 보고서 “일본의 전후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러면 ‘전후’는 어떻게 해야 종결될 수 있을까. 저자는 “전후 60년을 맞아 지금 우리는 전후 최대의 기로에 서 있다”며 미국에 대한 일본의 자립성 회복, 아시아에 대한 과거 청산, 그리고 헌법 9조의 존립 등을 든다. 그것이야말로 일본이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한다.

어떨까, 저자의 간절한 바람처럼 현실에서 일본은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얼마 전 일본에서는 새로운 내각(아베신조 내각)이 출범했다. 전후에 태어난 세대(1954년생), 게다가 전후 가장 나이 어린 총리(만 52세)의 등장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머잖아 헌법 개정 문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이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여겨진다.

과연 21세기의 일본은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려고 하는가. 일본의 선택, 그것은 단순히 일본이란 한 국가의 진로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동아시아 역사와 세계사는 또 한번의 전환기 혹은 격동기를 겪게 될 것인가. 이제 주변 국가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고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건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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