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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양동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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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순경 집무실에 “동회장님이 누구시요?” 하시며 들어서시는 왜소한 체구이긴 하지만 당찬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우선 자리를 권하고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대접하며, “제가 동장인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하고 여쭈었더니 손에 들고 계신 독립유공자 증명을 내어 놓으시며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다.
이병희 할머니는 1918년 생으로 <청포도> <광야>라는 시를 쓴 이육사와 같은 안동이씨 집안사람으로 일제시대에 서울에서 항일노동운동을 하다 일경에 체포되어 4년여를 서대문 형무소 독방에서 옥고를 치르신 후 석방되어 이육사의 권유로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이후 이육사가 1944년 북경형무소에서 옥사했다는 통보를 받고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렀으며, 이 때 인수 받은 육사의 유품 중 마분지로 만든 습작 시집에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청포도> <광야>라는 시가 적혀 있었다고. 할머니로 인해 이 시들이 빛을 보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세분의 봉사 희망자가 “보름에 한 번씩 밑반찬을 만들어다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하며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아흔의 연세에도 아주 당찬 목소리로 육사의 시신을 수습하시던 얘기와 독립유공자이신 선친(이경식)이야기, 나라에서 잘해주어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다는 말씀까지 청산유수처럼 쏟아내신다. 지금도 가끔 강연을 나가실 정도로 건강하다고 하시면서도 “늙은이 앞날을 하루를 장담 못해”라고 하신다.
밑반찬 봉사를 약속하신 세분과 함께 자주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드리며 문을 나서니 기필코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오시며 “이 동네서 나는 독립군 할머니로 통해. 다 알아!”하시며 잘 가라고 하신다.<오마이뉴스, 06.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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