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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0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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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허 위 선생 장손녀 추석 때 한국초청> 
 

 
장손녀 “꿈만 같다”, “할아버지 산소 가보고 싶어”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구한말 항일의병장으로 활약했던 왕산 허 위(旺山 許 蔿.1854~1908) 선생의 장손녀인 허로자(80) 할머니가 이번 추석에 생전 처음으로 고국땅을 밟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을 공식 방문 중인 한명숙(韓明淑) 총리와 `깜짝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특별초청 형식으로 한국 방문이 확정된 것. 오는 토요일 여든번째 생일을 맞는 허 할머니로서는 잊지 못할 `생일선물’을 받게 된 셈이다.

한 총리는 24일 저녁(현지시간) 이번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여장을 풀자마자 고려인 동포.교민.기업인 대표 만찬간담회 참석에 앞서 먼저 호텔내 숙소 접견실에서 20여분간 `귀한 손님’인 허 할머니를 맞았다.

허 할머니는 당초 공식 초청대상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최근 그의 사연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뒤늦게 추가됐다.

조카손녀 최 알료나(22)씨와 함께 거주지인 사마르칸트에서 4시간여동안 기차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온 150㎝ 단신의 허 할머니는 주름살이 가득한 구릿빛 얼굴에 고단했던 삶의 궤적이 그대로 묻어났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건강이나 생활고를 묻는 한 총리의 질문도 “일 없다”며 가볍게 받아넘겼다.

허 할머니는 허 위 선생의 자손 중 최고령 생존자로 역시 독립운동가였던 맏아들 허 학(1887~1940)씨의 딸. 서대문 형무소 1호 사형수였던 허 위 선생의 네 아들은 만주, 연해주로 뿔뿔이 흩어졌고 연해주에서 태어난 허 할머니도 11살 때인 1937년 고려인 이주 때 우즈베키스탄에 정착,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최근에서야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 유족 보상금을 매월 105만원씩 받게 됐다.

한 총리가 “저희들이 잘 모셔야 하는데 그동안 고생이 너무 많으셨다”며 한국 방문 초청 의사를 밝히자 허 할머니는 서툰 한국말로 “다음달 초엿새가 추석이라는데..”라며 말문을 꺼냈다.

한 총리가 그 자리에서 허 할머니의 오랜 소원을 흔쾌히 받아들이자 허 할머니는 “감사합니다”를 되풀이하며 “한국에 간 사촌 동생들을 만나게 됐다”며 “(조국에 가겠다는 희망도) 이젠 다 잊고 더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그저 꿈만 같다. 조선에서 우리를 찾을 줄 몰랐다”고 감격해 했다.

앞서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해 온 허 위 선생의 두 손자 허 게오르기(62), 블라디슬라브(55)씨는 올해 7월 본인 희망에 따라 특별귀화했다. 한 총리는 “평소 해외에 흩어진 한많은 동포에 대해 가슴이 아팠고, 제가 여자라서 더더욱이 여성의 몸으로 핍박을 견디신데 대해 마음이 시리다”면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분들의 자손이 이제는 맘 편히 살 수 있도록 조국도 힘껏 돕겠다”며 홍삼을 선물로 건넸다.

허 할머니는 “구미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에 꼭 가보고 싶다”며 “TV에서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봤지만 가서 제대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조선에서는 내 또래 노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물고기랑 미역이 먹고 싶다”며 어린 소녀처럼 마냥 설레여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허 할머니가 원하는 구체적 날짜와 동행인 등을 파악해 곧바로 초청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특별귀화 여부는 당사자 의사 등 고려사항이 많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어진 만찬 간담회에서 “혼자 사는 고려인 노인들을 위해 양로원을 건립하고,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연로하신 어른들의 방문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지원확대를 약속했다.

정부는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1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확보, 고려인 독거노인을 위한 양로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 총리는 블라디미르 신 고려문화협회장으로부터 지난달 타계한 고려인 화백 고(故) 니콜라이 신의 생전 작품을 선물로 전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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