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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0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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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과거사 갈등’ 머지않다> 

  
 
`야스쿠니 문제’ 법리상 상대는 바로 미국
日 차기정권 참배노선 견지시 갈등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용수 편집위원 = 밀월 동맹 관계를 구가하는 미국과 일본이 앞으로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차기 정권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뒤를 이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노선을 견지하고 과거 침략전쟁을 정당화, 미화하는 일본 우익세력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그 갈등은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스쿠니 참배’와 전쟁 정당화로 상징되는 일본사회의 우경화된 역사관이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미국의 역사 인식과 대립하는 데다 일본의 전쟁책임 인정을 전제로 이루어진 전후 국제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지난 13일 일본군 위안부 동원 책임 인정과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일본측이 항의하고 나선 것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한국, 중국뿐 아니라 미일 관계에도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일본측의 결의안 저지 로비를 뚫고 이루어졌다. 결의안 채택 다음 날 열린 국제관계위 청문회에서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본 정부의 왜곡 역사 교과서 승인 등을 비난하는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대인인 톰 랜토스 의원(민주)은 `일본과 주변국과의 관계’를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마치 독일에서 하인리히 히뮬러(나치 친위대장), 루돌프 헤세(나치 부총통), 헤르만 괴링(나치 원수)의 묘에 헌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겨냥해 전범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은 도덕적 파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은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야스쿠니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청문회 발언 중 주목되는 것은 헨리 하이드 위원장(공화)의 유슈칸(遊就館) 언급이다. 유슈칸은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있는 전쟁 박물관. 하이드 위원장은 유슈칸이 “과거의 전쟁은 아시아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고 역사를 잘못 가르치고 있다며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슈칸은 과거의 침략전쟁을 정의의 전쟁, 자위를 위한 전쟁, 아시아 해방을 위한 전쟁이라고 미화, 합리화하는 전시물로 가득차 있는 시설이다. 이 유슈칸에 대해서는 일본군의 과거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일본 정치권 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유슈칸에 숨어 있는 또하나의 역사인식은 `일본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는 반미적 역사관이다. 하이드 위원장의 유슈칸 언급이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에 흐르고 있는 이러한 역사 인식은 2차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역사인식과 당연히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의 지도자들이 야스쿠니를 계속 참배하고 유슈칸의 반미적 역사관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일본은 과거 전쟁에 대한 역사 인식을 놓고 갈등,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자민당 전 간사장은 야스쿠니 문제가 자칫 미일문제로도 비화할 것을 우려하는 일본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A급 전범 합사 전까지는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저촉되는지의 국내 문제였으나 합사 이후에는 국제문제가 됐다면서 “아베 장관은 과거 일본의 전쟁이 반드시 잘못되지 않았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어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일부 언론과 미국의 대일 정책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인사들이 야스쿠니 문제의 본질과 유슈칸의 반미 사관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일본의 차기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고집하면 일본의 전쟁책임 및 전후처리 문제가 불거져 미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사회에는 일본의 전쟁책임을 추궁, 단죄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을 부정하려는 보수 우익 진영의 움직임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도쿄재판은 승전국의 논리로 이루어진 날조된 재판이기 때문에 국제법상 무효라거나, A급 전범은 이러한 잘못된 재판에서 기소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쟁 범죄자가 아니라는 식의 주장이 그것이다.

심지어는 일본이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하면서 수락한 것은 도쿄재판의 `판결’이지 도쿄재판 자체를 수락한 것이 아니라는 궤변도 버젓이 우익 세력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일본이 도쿄재판 수락을 통해 전쟁의 책임이 도쿄재판에서 단죄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들에게 있음을 대내외에 선언한 후 국제사회에 주권국가로 복귀한 사실을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정부가 1945년 9월2일 전쟁 범죄자 처벌이 명기된 포츠담 선언을 수락했던 사실을 외면한 억지이기도 하다.

일본의 전쟁책임을 단죄한 것은 연합국의 도쿄재판이 유일하다. 일본은 도쿄재판 이후 자신들의 손으로 전쟁책임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거나 개개인을 상대로 전쟁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 연합국의 도쿄재판이 쇼와(昭和)일왕에게 전쟁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그 대상을 A급 전범에까지만 한정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도쿄재판과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미국의 주도로 체결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A급 전범 합사를 비롯한 `야스쿠니 문제’의 법리상 상대는 다름 아닌 미국이며, 유슈칸의 반미 사관이 미국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참배는 궁극적으로 전후 일본의 출발점과 전후체제를 부정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존스 홉킨스대학 라이샤워 동아시아연구소의 켄트 칼더 소장은 “전쟁 정당화는 일본과 싸운 미국의 역사관과 대립하는 것”이라면서 “상이한 역사의 해석위에 안정된 동맹을 구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 위원장이 지난해 `도쿄재판 판결과 전범들의 유죄를 재확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하원에 제출한 것은 미일 양국의 역사인식 갈등이 머지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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