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독일 연방하원 주요인사 초청 만찬에서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하게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며 “독일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문제에 대해 직설적인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서는 일본에 대한 얘기는 이미 국내에서 다 했다며 독일에서는 독일 얘기만 하겠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독일의 과거사 청산을 찬양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일본을 비판하는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극우는 일본대사관 앞의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일컬어 북한의 간첩이라느니 하며 여전히 ‘개 짖는 소리’를 멈추고 있지 않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인사들도 이들을 묵인하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전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 짖는 소리’ 묵인하는 일본 정부
노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했기 때문에 독일 얘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더 귀감이 되는 것은 프랑스가 아닐까 한다. 독일이 철저하게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과거사 반성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독일에 의해 피해를 입은 주변 국가들의 철저한 과거 청산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프랑스는 1944년 8월 나치에서 해방된 후 곧 과거 청산에 들어가 약 2년 간에 걸쳐 조국을 배반하고 나치에 협력한 1만여 명의 부역자들을 처형했다. 나치 점령의 부역자들을 철저하게 숙청한 것이다. 또한 다른 분야의 부역자들보다 문인이나 언론인, 출판인 등 지식인들이 더 엄중하게 처벌받았다.
1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황문섭 판사는 선고공판에서 양수철 피고인을 매헌 윤봉길 사당인 충의사에 걸린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떼어낸 혐의(공용물 손상 및 건조물 침입)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양수철씨를 이례적으로 구속 수감하였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사를 뉘우치지 않는 일본에게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과거사에 대해선 지극히 둔감하다. 심지어 앞장서서 친일 했던 과거를 한번도 제대로 뉘우친 적이 없는 <조선일보>가 국민 여론에 편승하여 일본에 대해 과거사를 뉘우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의 한 단면이다.
양수철씨의 행위에 대한 처사도 마찬가지이다. 양수철씨는 파렴치범이 결코 아니다. 윤봉길 의사의 사당에, 비록 그가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친일파였던 박정희의 글씨가 현판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보다못해 자신의 소신을 갖고 그 현판을 떼어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안의 친일파들은 그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선동하였다. 청산이 두려웠던 그들만의 위기 의식이었다.
일본에 대해 비판하고 압박하여 그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참회하도록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안의 친일도 제대로 청산 못하면서 남의 나라에게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기술하고 잘못을 반성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뭔가 순서가 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독일이 과연 자신들 스스로의 자각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사과했을까? 물론 그들이 한동안 국토가 분단까지 되었던 전쟁 패배의 결과에서 자각한 바도 있겠으나 피해국들의 나치 전범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처형, 스스로 나치 부역자들을 청산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하였을 지는 의문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어떤가? 전쟁에 패하고도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을 안겨준 한국전쟁 특수에 힘입어 경제 대국에 올라섰고 우리나라는 친일파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바람에 식민강점에 대한 배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모든 부문의 상층부에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 권력을 계속 잡아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할 절실한 필요성을 느낄 리 만무하였다.
과거 반성의 필요성이 없었던 일본
양수철씨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엄중한 처벌은 이 모든 우리 안의 모순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봉길 의사가 일본인들에게 폭탄을 던질 때 꿈꾸었던 독립된 우리나라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땅히 단죄해야 할 친일파를 한 명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사법부가 이런 식으로 시대 정신에 뒤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현판 하나 파손한 양수철씨에 대한 징역 6개월 선고는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또한 정부가 친일파 박정희의 글씨가 애국 지사들의 기념관에 수없이 자리잡은 이 모순된 현실을 빨리 해결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양수철’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도 칭찬할 만하지만 프랑스의 과거 청산이 더 절실히 다가오는 심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