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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국사교과서 발행의 근본 목적은 영구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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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연구소 공감, 12월 18일 포항에서 ‘국사 교과서 국정 문제’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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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교육연구소 공감이 마련한 국정 역사교과서 토론회가 12월 18일 포항여성회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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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연구소 공감’이 주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12월 18일 오후 6시 포항여성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경북대학교 사학과 주보돈 교수가 ‘한국사 국정화의 논란과 문제’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하고, 이어 포항 양학중 손정호 역사교사와 구미 선주고 김응호 역사교사의 ‘현장에서 보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 그리고 임태원 학부모의 ‘학부모 입장에서 본 국정화’를 주제로 한 발언이 있었다. 사회는 경북교육연구소 공감 김용식 사무국장, 종합토론 좌장은 경북교육연구소 공감 이찬교 소장이 맡았다.


주제발표에 나선 주보돈 교수는 먼저 “국정교과서 추진에서 크게 문제가 될 대상은 두 분야로, 하나는 근·현대사이고 다른 하나는 고대사인데 양자 가운데 현재 일반적으로 크게 논란되고 있는 대상은 전자이지만 사실은 그 밑바탕에 깔린 지배이데올로기 문제 때문에 전자보다 후자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극우 국수주의자들이 유신 이후 ‘삼국이 중국에 위치했다’ 등을 본격적으로 주장하면서 유신의 근거와 논리적 정당성도 과거사 속에서 찾았는데, 자기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식민주의사학자라고 비난하고 여론몰이를 했다. 이러한 행태는 비민주적 사회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무원과 군인 및 은퇴자 사이에 유포되면서 점차 광범위하게 유통되다가 민주화되면서 한때 수그러들었는데 최근 다시 준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근·현대사 왜곡도 그렇지만 고대사 왜곡에 더 큰 문제 숨어 있다”


주 교수는 또 “그들은 과거 우리 민족의 우월성과 우수성을 강조하여 현재에 소급시키는데 이는 줄곧 정권의 국가적 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적 근거로 채용되었다. 과거 우리 고대사를 정치적 입맛에 맞춰 활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화랑도(徒)를 화랑도(道)로 만들어 학도호국단 창설 근거로 썼고, 화백회의를 한국적 민주주의로 끌어들여 유신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획일화 교육을 하는 데 견강부회했다”고 회상하면서 “이런 논리와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일제의 천황제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고대사 왜곡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현실의 문제를 과거로 돌리려는 행위, 즉 복고주의 경향의 과거미화론, 특히 유신 체제 미화론으로 이어지려는 것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는 근본 목적이자 이유”라면서 “국정 교과서 발행의 근본 목적은 영구집권론에 있고, 국정교과서 체제는 장차 일본의 자민당처럼 여야가 합쳐서 거대한 여당을 창당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고대사 왜곡에 여야의 공통분모가 있다. 이는 차기에 단일 거대여당 혹은 제2차 합당론이 나오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면서 “앞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교과서에 대해 발언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학계의 연구 성과는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고 학문에 대한 통제가 위헌적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퇴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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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제연구소대구지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내건 현수막이 관공서 정문을 바라보며 게시되어 있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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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을 ‘근대화 혁명’으로 가르치라면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에 나선 포항 양학중 손정호 역사교사는 “국정 국사 교과서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규정은 하되 정변의 성격을 ‘근대화 혁명’으로 서술할 것이라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교과서대로 가르쳐야 하나? 아니면 다르게 가르쳐야 하나?” 하고 문제 제기를 한 뒤 “교사는 교과서 내용과 역사적 사실간의 괴리에 빠져 고민하게 될 것이며 교사에 따라 다르게 가르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교실에서의 혼란과 갈등을 예방하고 동시에 학생들에게도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우리 교사들은 서 있다”고 애로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손 교사는 1988년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소개했다. 손 교사는 당시 헌재가 “첫째, 학생들의 창의력 계발이 활성화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저해되거나 둔화될 우려가 있다. 둘째, 상황변화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 모순되거나 역행한다. 넷째,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그 결과 교과용도서의 개발이 지연되거나 침체될 우려가 있다. 다섯째,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고 지적했다면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수학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은 교육의 자유 확대이다. 그런 면에서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유 축소 방향이고,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풍부한 학습자료 담은 검인정교과서, 학생들 상상력 자극”


국정과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비교하여 토론자료로 제시한 구미 선주고 김응호 역사교사는 “국정과 검정제에서 교과서 서술은 ‘다르지 않으면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교육과정이 소주제와 학습 요소, 성취수준까지 자세하고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교과서 발행이 검정체제라 해도 교과서 서술이 국정제와 다르게 서술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학습 요소라는 측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국정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 이외에 특별히 다른 자료를 구성하고 있지 않다면, 검정제 교과서에서는 풍부한 학습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검정제 교과서는 부단히 노력해온 교사들의 경험과 요구가 반영되는 덕분에 풍부한 학습 자료를 담게 된다. 학생들은 제시된 학습 자료를 통해 당시 사건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교사들은 토론, 글쓰기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수업 방식을 고민하며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수업 방식은 교과서에서 제공한 자료 이외에도 더 많은 자료를 준비하거나 교사의 고민들을 필요로 하여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로서는 만만치 않은 노력을 요구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역사 수업의 목표가 사실에 대한 이해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기르는 데 있다는 점을 염두하며 이러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부끄럽게 만든다”


학부모 입장에서 토론에 나선 임태원 씨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거짓말을 구조화할 것이므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국정화는 또 학생과 부모들의 혼란과 부담을 더 할 것이므로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국정화와 함께 국가과목이 대학진학에 필수로 채택된다고 한다. 이제 아이들은 교양과 덕목이 아니라 ‘점수’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게다가 하나의 교과서로 배우게 되면 소위 변별력의 확보 차원에서 그야말로 지엽말단적인 지식이 강요될 것이므로 학습부담이 늘어날 것도 자명하다”고 반대 이유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국정화가 역사교과서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 뻔하므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한숨 돌렸다고 생각되면 사회도 국어도 또 다른 과목도 국정화하자고 나설 것이다. 음악이나 과학인들 온전할까? 어떤 시인의 시는 이러하다는 이유로, 어떤 작곡가의 노래는 저러하다는 이유로 빼고 넣고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한 가지 더 말한다면, 국정화는 무엇보다 세계에 부끄러운 일이므로 반대한다. 우리가 역사를 제멋대로 미화·왜곡하거나 숨긴다면 일본을 어떻게 비판할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독일처럼 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반문했다.


정만진 기자

<2015-12-19>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국정 국사교과서 발행의 근본 목적은 영구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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