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00년 전 학살은 끝나지 않았다
현장보고 <제4회 민연포럼> ‘학살과 차별의 현장을 가다 – 혐오는 일본을 어떻게 망가뜨렸나
7월 10일 서울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제4회 민연포럼이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일본 논픽션 작가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최근 한국어판이 출간된 『지진과 학살 1923-2024』 저자다. 그는 현재 일본 사회에서 확산되는 배외주의와 헤이트 스피치의 실태를 소개하며, 그 뿌리를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 각지에서는 차별과 혐오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마바리 타올’로 유명한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서는 지역 산업을 지탱하는 베트남·중국·네팔 노동자들을 향해 “외국인 추방”을 외치는 모순된 극우 집회가 열리고,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서는 쿠르드계 이주민들을 향해 “해로운 외국인을 몰아내자”는 막말과 살해 협박, 온라인 가짜뉴스가 난무한다. 야스다 작가는 “지난 20년간 일본 내 외국인은 3배 늘어 4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전체 범죄 건수는 오히려 3분의 1로 줄었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차별 선동의 허구성을 짚었다.
문제는 이러한 거짓 선동이 방치될 경우 실질적인 범죄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야스다 작가는 혐오 발언이 개별적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으로 조직적 폭력의 도화선이 되어 왔다며 그 기원을 100여 년 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서 찾았다. 1923년 대지진 직후 “조선인이 방화를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정부와 언론의 조직적인 가짜뉴스에 선동되어 약 6,000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그 전해인 1922년 니가타현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조선인 노동자 학살 사건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건 모두 ‘식민주의와 배외주의’가 낳은 참극이었다.
그는 일본 사회 내부에서 싹트는 작은 변화의 움직임도 소개했다. 배외주의 시위가 열리는 도로 위에 직접 누워 차별 선동을 막아서는 시민들,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카운터(counter)’ 운동가들이다. 야스다 작가는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가 단지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차별이 범람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존엄하게 살 수 없기에, 결국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라며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야스다 작가가 서울 청중에게 남긴 메시지는 결코 일본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혐오는 언제나 거짓과 편견을 먹고 자라며, 특정한 집단을 사회의 적으로 만들어 폭력을 정당화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 역시 온라인과 일상 곳곳에서 소수자와 이주민, 국가폭력 피해자를 향한 조롱과 혐오가 반복되고 있다.
혐오 표현,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행태, 최근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이 메시지에서 자유롭지 않다. 100년 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혐오가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끊임없이 경고하는 현재의 역사다.
• 대외협력실 활동가 한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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