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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민특위 유족·시민들 75년 만에 “경찰청장 공식사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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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국회부의장 “22대 국회서 꼭 지원방안 찾겠다”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아들, 이승만 대통령 비화 소개

반민특위 위원장 아들 등 당시 활동했던 의원들의 후손으로 구성된 반민특위·국회프락치 기억연대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홍현(김만철 특경대원 손녀), 김진원(김옥주 의원 아들), 김정륙(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아들), 김옥자(김웅진 의원 딸), 노시수(노일환 의원 조카), 이영국(이봉식 조사관 아들)씨. 고경태 기자

6월6일은 현충일이다. 그러나 이날이 친일파 척결을 위해 대한민국 제헌국회에 설치됐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강제해산된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민특위를 기억하는 시민 300여명과 유족들이 반민특위 강제해산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경찰청장 공식사과” 등 사죄와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도심에서 열었다. 구순이 된 고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의 아들이 참석해 비화를 소개했고, 현직 국회의장도 “국회에서 지원방안을 찾겠다”는 발언으로 무게를 실어주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열린 ‘반민특위 사죄촉구 기자회견’은 유족이 중심이 된 반민특위·국회프락치 기억연대가 주최하고 민족문제연구소,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우사김규식선생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청년백범등이 후원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9월 제헌국회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반민족행위자처벌법(반민법)에 따라 10월 국회 내 구성된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 박해한 자 또는 이를 지휘한 자는 5년 이상 무기징역과 함께 그 재산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몰수하도록 했으나 친일파와 이승만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열린 ‘반민특위 사죄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반민특위가 활동을 중단하지 않자 반민법 제정에 적극적이던 소장파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되는데, 급기야는 의원들을 남로당 간첩혐의로 모는 ‘국회 프락치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1949년 6월6일 아침, 서울 중부경찰서(당시 서장 윤기병) 경찰들이 현재의 명동 롯데백화점 맞은편 스탠포드 호텔 자리(서울 남대문로 84)에 있던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해 반민특위 특별경찰대원(특경대)들을 무장해제시킨 뒤 무기와 서류, 통신기구 등을 압수하고 특경대원 35명을 연행 수감했다. 반민특위 특별검찰부장을 겸직하고 있던 당시 검찰총장 권승렬도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압수당했다. 특경대가 친일경찰인 서울시경 사찰과장 최운하와 종로서 사찰주임 조응선 경위를 전격 구속한 지 이틀 만이었고, 반민특위 출범 10개월 만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륙(90)씨는 “반민특위 강제해산 한 달 전인 1949년 5월, 서울 중구 필동 남산자락에 있던 반민특위 위원장 관사에 이승만 대통령이 경찰들의 호위를 받고 직접 찾아온 적 있다. 이 대통령이 아버지와 거실에서 독대할 때 15살이었던 나는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대통령과 나눈 말을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반민특위 활동을 형식적으로 하면 나중에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열린 ‘반민특위 사죄촉구 기자회견’에서 무용가 장순향씨가 공연을 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이학영 국회 부의장은 “부의장 선출 뒤 첫 참석행사”라며 의미를 부여한 뒤 “수차례 민주정부가 들어서며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사회 곳곳에 뿌리박은 친일 잔재의 저항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버젓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고 후손의 어려운 삶을 조롱해도 아무런 처벌이 없는 잘못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민특위 유가족들이 겪은 그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과 모욕의 세월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 그는 “국회 부의장으로서 반민특위 바로알리기와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반민특위 사죄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과 시민들이 75년 전 반민특위를 습격한 중부경찰서 자리(서울 중구 수표로 27, 신축 공사 중)로 이동해 펼침막을 들고 “반민특위 명예회복” “경찰청장 공식사과”등을 요구했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17대 김원기 의장, 20대 문희상 의장에게 반민특위 명예회복 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무응답이었고 21대 국회에서는 반민특위·국회프락치 기억연대 법인 등록 신청이 반려됐다”며 “22대 국회에 포괄적인 명예회복 조처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의장단의 가족 위로, 국회 내 법인 등록, 반민특위 국회 전시회 등 지속적 교육, 국회 결의안, 경찰청장 공식 사과, 기념식수 및 조형물 설치, 국회 프락치 사건 진실화해위원회 신청 등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과 시민들은 75년 전 반민특위를 습격한 중부경찰서 자리(서울 중구 수표로 27, 현재 신축 공사 중)로 이동해 펼침막을 들고 “반민특위 명예회복” “경찰청장 공식사과”등의 구호를 외쳤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2024-06-06> 한겨레

☞기사원문: 반민특위 유족·시민들 75년 만에 “경찰청장 공식사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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