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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정한론자를 존경하는 인사는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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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론자를 존경하는 인사는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자격 없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기관의 설립 목적을 3가지로 공표하고 있다. 첫째, 민족의 자주독립을 지켜온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 둘째, 민족문화의 정체성 확립, 셋째,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데 이바지 등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희원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예정자는 정한론을 처음 주창한 요시다 쇼인을 본받자고 여러 차례 강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한희원에 대해 경북도는 “중앙정부와 학계를 두루 거친 덕망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으며 한희원 예정자는 “독립운동기념관의 영역을 독립운동, 호국, 통일로 확대해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희원 예정자가 그토록 본받자고 하는 요시다 쇼인은 과연 어떤 인물인가.

작년 7월 암살당한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평소 자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1896~1987)와 요시다 쇼인(1830~1859)을 가장 존경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2차대전 당시 전쟁을 주도한 A급 전범이자 전후 일본 우익보수정치의 대부로 일본의 전쟁 포기를 명시한 이른 바 평화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이 아베에게도 상당히 큰 영향을 주었다.

요시다 쇼인은 아베의 고향이자 선거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쇼카손주쿠(松下村塾)라는 사설 학당을 열어 천황숭배와 ‘정한론’을 설파하였다. 요시다 쇼인은 제자들에게 “조선을 독촉해 인질과 조공을 바치게 하고, 북쪽으로는 만주를 취하며, 남쪽으로는 대만, 필리핀 섬 등을 우리 손에 넣어 점차 진취적인 기상을 나타내야 한다.”고 설파했다. 즉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서양열강인 미국, 영국과 같은 부강한 나라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동북아인 한국, 중국은 물론 나아가 필리핀까지도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정한론과 대동아 공영론의 시작이었다.

요시다 쇼인에게 교육을 받은 제자들인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 야마가타 아리토모(木戶孝允),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은 제국 일본의 침략 선봉대가 되었다. 기도는 불평등한 강화도조약 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야마가타는 첫 제국의회 총리대신이 되어 일본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이익선(利益線)’으로서 조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이노우에는 주한공사를 역임하며 후임 미우라(三浦) 공사를 통해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총체적으로 지휘했고, 이토는 을사늑약 체결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였다. 이토는 을사늑약 직후 도쿄에 있는 요시다 쇼인의 묘지(가묘)에 참배하고 을사늑약의 성공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렇듯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정한론’을 실천했다. 요시다 쇼인에서 출발한 정한론은 이토 히로부미 등을 거쳐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靖國) 사관으로 이어져 오늘날 일본의 학생들에게 일본의 침략은 자위를 위한 ‘방위전쟁’이자 서양의 아시아 침략을 막고 식민지를 해방하기 위한 성전(聖戰)이라는 역사수정주의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주와 독립의 상징인 독도 영유권에 대해 일본이 끊임없이 도발하는 이유의 사상적 배경에는 바로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개관하여 2014년 경상북도의 기념관으로 격상된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은 광역 단위의 유일한 독립운동기념관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독립유공자 17,748명 중 경북 출신이 2,455명(13.8%)이나 차지하고 있으므로 명실상부 경상북도는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임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특히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자리한 안동은 선비정신과 독립정신을 자랑하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자부하는 곳이 아니던가. 상황이 이러할진대 적어도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이라면 수많은 망명 애국지사들과 자정 순국자를 배출한 정재학파(定齋學派)를 모범으로 제시하거나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안동농림학교 학생항일운동에 이르기까지 51년 동안 중단 없이 펼쳐진 이곳 경북의 독립운동정신을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희원 예정자가 구태여 요시다 쇼인과 쇼카손주쿠를 홍보하지 않아도 현재 일본 정부는 일본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을 배출한 곳이라면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으로 쇼카손주쿠를 포함시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결국 요시다 쇼인과 쇼카손주쿠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메이지 시대와 같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전쟁과 침략을 미화하는 위험한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특공대원들의 돌격 구호로 사용된 대화혼(大和魂)을 외치며 죽어간 요시다 쇼인의 정신이 어떻게 하여 한희원 예정자의 정신에 까지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쯤 해서 경북도와 한희원 예정자가 관장 내정을 철회하거나 스스로 관장 자리를 사양하는 것이 독립지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경북도와 한희원 개인의 명예에도 이로울 것이다.

2023년 6월 15일

권대송(독립운동가 권오돈 후손) 권대용(독립운동가 권오설 후손) 이해석(독립운동가 이재만 후손) 차영조(독립운동가 차리석 후손) 황선건(독립운동가 황정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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