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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선생님의 역사 정신, 우리 가슴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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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보내며

▲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이화 선생 빈소 ⓒ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님!

지난 40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우리 민족사의 현장을 탐험하면서, 빛나는 우리 민족사를 책으로 펴낼 수 있어서 저는 행복했습니다. 저 고단한 1980년대에,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역사란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가르쳐주셨습니다. 역사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우리들 가슴에 심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역사 이야기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성찰하는 지혜였습니다.

1980년대에 진행된 선생님의 ‘역사강좌’를 통해 이 땅의 젊은이들은 힘찬 우리 민족사를 만났습니다. ‘한국근대민중운동사’를 통해 역사의 동력이 되는 민중과 민중 운동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역사 보는 눈을 활짝 뜨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국토와 산하에서 펼쳐진 ‘역사기행’의 현장 강의를 통해 선생님은 온몸으로 온정신으로 민족사를 체험하게 했습니다. 역사의 진실은 역사의 현장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역사 정신은 삶의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우리는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에서, 그 민중의 함성을 들었습니다. 전봉준 장군과 김개남 장군을 만났습니다. 김개남 장군의 집터에 ‘김개남 장군 생가터’라는 푯말을 선생님의 글씨로 세우기도 했지요. 지리산을 오르고,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지리산의 정신사와 저항사’를 들었습니다. 의병장 신돌석 장군과 의병들을 찾아 나서 ‘이 시대의 의병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영덕의 농가에서 토론했지요. 아름다운 국토의 산하에서 펼친 우리들의 역사기행은 한판의 역사축제였습니다.

선생님은 당대의 사관이었습니다. 1994년부터 2004년 10년에 걸쳐 완성되는 <이이화·한국사 이야기>는 그 누구도 엄두도 내지 못할 경이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을 한 출판인으로서 긍지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사 이야기>는 선생님의 저간의 연찬을 집대성 하는 혼신의 작업이었습니다. 역사학자로서의 신념의 소산이었습니다. 그 어떤 기득권과도 무관한 재야정신이 아니었다면, 그 어떤 제도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면, 성취해낼 수 없는 역사정신의 실천이라고, 저는 책을 펴내면서 당당하게 주장했습니다. 오늘의 역사 현실을 온몸으로 대응해내는, 역사의 현장을 걷는 역사가가 써낸 생동하는 역사이기에, ‘국민독본’으로 우뚝 서는 큰 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늘 우리들과 함께 계셨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선생님의 역사정신이 더 절실해지는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역사란 특정인이나 특별한 계층의 독점물이 아니고, 오늘의 현실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한국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계화의 시대에도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역사정신·민족정신이 큰 이야기가 되어 우리들의 가슴에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아,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님!

덧붙이는 글 | 김언호 기자는 출판인·한길사 대표입니다.

<2020-03-21>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이이화 선생님의 역사 정신, 우리 가슴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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